옛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당시 경영진을 대상으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자사주 '헐값' 매입 논란을 둘러싼 다툼에서 법원이 KB금융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KB증권은 현대증권 인수·합병 과정에서 지루하게 이어진 공방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19일 법조계와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은 옛 현대증권 소액주주 이모씨 등 29명이 현대증권 이사진을 상대로 '자사주를 대주주인KB금융에 헐값 매각했다'며 126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주주대표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대증권-KB금융 간)'주식교환'으로 원고들이 옛 현대증권 주주의 지위를 상실해, 주주대표소송의 원고 적격을 상실했다"고 각하 배경을 밝혔다. KB금융의 증권사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한 주식교환이 지난해 10월19일 완료된 만큼, 옛 현대증권 주주들이 KB금융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더 이상 옛 현대증권의 주주대표소송에 원고로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돼 주주 지위를 상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적격을 상실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KB금융은 인수 뒤 현대증권의 새로운 이사회를 선임했고, 이사회는 지난해 5월 31일 자사주 7.06%를 KB금융에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주당 매각단가는 결의일 종가인 주당 6410원이었다.
소액주주들은 KB금융이 현대상선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인수하면서 지급한 주당 2만3183원의 3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인데다 주당 순자산가치(1만3955원), 평균취득가격(9837원)에도 못 미친다며, 지난해 9월 당시 이사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KB금융의 KB증권 인수·합병 및 완전 자회사 편입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특히 각하란 소송이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해 내용을 심리할 필요도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옛 현대증권을 둘러싼 또 다른 법적 다툼이 불거진다 해도 주식교환이 완료된 만큼 법원의 판단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 판단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례를 현 주주대표소송 제도의 한계로 지적하며,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주식교환'처럼 주주가 원치 않았지만 비자발적 사유로 주주자격이 상실됐다면, 주주대표 소송의 원고 적격성을 유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옛 현대증권 주주들의 항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들을 대리를 맡았던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대표변호사는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판단한 것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원고들과 상의해 조만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