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숨은 돌렸습니다. 1년쯤 시간을 벌었네요." 5일 고위당정청회의 새 정부 조직개편안 소식을 접한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소감이다. 이날 발표된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기술보증기금 관리 업무를 신설 중소기업벤처부에 떼 준 것 외에는 조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 공약 중 하나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의 분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시에 수행해 온 금융위의 분리 또는 해체는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당정청이 "6월 국회 통과"를 우선순위로 정부조직개편 폭을 최소화하면서 당분간 수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금융위의 여생도 '1년 시한부'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새 정부 국정수행이 안정화되고 나면 내년 지방선거 및 개헌 추진 시점과 맞물려 더 큰 폭의 정부조직 개편이 뒤따르리라는 관측 때문이다. 여당도 이를 위한 정부조직법, 금융위 설치법 등의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
정부·여당이 지적하는 한계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 간 견제 및 균형의 상실이다. 금융위가 산업정책과 감독정책 기능을 함께 수행해 온 탓에, 산업 육성의 명분 아래 금융소비자 보호가 외면받아왔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 키코(KiKO) 사태, 동양그룹 사태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정책 기능 역시 국내·국제 부문이 금융위와 기획재정부로 분리된 탓에 글로벌 경기와 국내 시장의 연동이 심화되는 흐름 속에서 비효율이 컸다는 지적이다. 금융정책이 정부의 경제·재정 정책에 밀리거나 경기부양 수단에 동원됐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 신설을 통해 여러 부처·기관에 흩어져 있는 금융 정책·감독 권한을 한곳으로 모아 중복 규제를 없앰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하고, 금감위원장이 겸직하던 금감원장을 분리함으로써 감독 정책·집행 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꾀하려고 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흐른 현 시점에서 금융위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권한 집중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임명될 금융위 수장은 이 같은 비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1년간 지금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금융감독체계의 효율성을 십분 발휘한다면 1년 뒤 정부조직개편 방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