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들은 메릴린치 창구가 1초에 10회 이상 빠른 매매를 하는 '초단타'를 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본지가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메릴린치 창구에서 나타나는 매매 방식은 초단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는 거래당 0.3%의 거래세가 붙기 때문에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연말에 수익과 손실을 계산해 자본이득세를 내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매매당 0.3%의 거래세를 원천징수한다. 즉 한국 증시에서는 매매를 20회만 해도 원금의 6%가 세금으로 손실된다. 시세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자금을 가졌다 해도 초, 분 단위의 잦은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문 대표는 "어떤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들어와도 0.3% 거래세를 내면서 초단타 매매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때문에 메릴린치 창구에서 활동 중인 퀀트 펀드도 초단타 매매 방식을 취하고 있진 않다.
초단타가 아닌 단타라고 해도 0.3% 거래세는 매매에 큰 부담이 된다. 0.3% 거래세 장벽에도 AI 퀀트 펀드가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거론했다.
첫째는 한국 증시가 중국 증시의 대체 시장이라는 점이다. 신흥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중국 증시인데 제도적 장벽으로 외국계 펀드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만은 중국을 대체하기엔 업종 구성이 IT에 치우친 반면 한국 증시는 중국 증시와 동조율이 93%에 달한다. 중국 증시의 대체물로 한국 증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AI 알고리즘 펀드의 활동이 제한적인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 증시의 경우 알고리즘 펀드 활동이 활발해, A라는 알고리즘 펀드가 활동하면 B라는 알고리즘 펀드가 A를 저격하는 등 알고리즘 펀드 간 충돌이 잦다. 반면 한국 증시는 아직 퀀트 기반 알고리즘 펀드에 청정 지대여서 수익 기회가 많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