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10월'로 불리는 지난해 폭락장 이후 주요국과 따로 움직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일제히 1% 이상 올랐지만 미국·중국 등 주요국 증시와의 상승률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는데, 한국은 최근 2주간 조정 국면을 맞으면서 양국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더딘 경기 회복, 부진한 기업 실적, 투자자 불안감 등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 많은 만큼 올 하반기에도 강세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10월 폭락 이후 글로벌 주요 13개국의 증시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수익률은 -5.4%로 최하위권인 12위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7% 오른 2216.43에 마감했지만 일찌감치 낙폭을 회복한 주요국과의 격차는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9월말 2340선이던 코스피 지수는 10월 한 달 간 13.4% 급락하며 2000선이 붕괴됐다가 이제 겨우 2200선을 회복했다. 폭락 국면에선 주요 국가 중 가장 많이 떨어지고, 회복 국면에선 덜 오른 것이다.
반면 미국·중국 등 8곳은 올 들어 상승세를 거듭하며 폭락 이전보다 더 올랐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증시를 공포에 빠뜨린 미국은 낙폭을 모두 회복,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2710선까지 떨어졌던 S&P500지수는 2920선으로 올랐다. 폭락 직전인 지난해 9월말보다도 0.9% 높은 수준이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지난해 10월 폭락 당시 7.7% 떨어지며 2710선까지 후퇴했지만 이후 20% 가까이 올랐다. 현재 지수는 3100선 안팎으로 폭락 이전보다도 10% 가까이 높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호주 등도 모두 지난해 10월 하락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홍콩·인도 등 아시아 국가도 10월 폭락 직전 지수를 뚫고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처럼 회복이 덜 된 국가는 일본·베트남·영국·대만 등이다. 이 중 영국과 대만은 폭락 직전 지수가 코 앞이고, 베트남도 우리보다 사정이 낫다. 한국보다 증시 회복이 덜 된 곳은 일본 뿐이다.
코스피의 상승 탄력이 약한 배경에는 반도체 등 주요기업의 실적 부진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67곳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조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조4841억원)보다 41.5% 감소했다.
미국은 지난달말 장단기 금리가 일시적으로 역전되며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되가 싶었지만 이내 경기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언제 또 하락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시장을 누르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주식 4조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7조원 이상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6조8000억원, 9000원 안팎 팔아 치웠다.
전문가들도 한국과 부진한 경제 성적표가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과의 엇갈린 증시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가의 경기 회복 추세가 확실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속도가 더디다"며 "한국은 미국에 비해 실질금리가 높아 투자 확대 속도가 느리고 상대적으로 성장탄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역전됐는데 IT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는 모멘텀이 없는 공백기인 만큼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