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증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기준으로 운영돼 온 각종 시장제도 개선에 나선다.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지원을 강화하고 다양한 투자상품을 도입해 시장에 활기도 불어넣을 예정이다.
◇정지원 이사장 "주식거래 호가단위 변화 검토, ESG 투자 다변화"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9일 기자 간담회에서 "증권시장의 매매체결 서비스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하기 위해 호가 가격단위와 대량매매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확대와 코스피 시장 퇴출제도도 실효성 있게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하반기 △매매체결 서비스 개선 △ESG 지원 강화 △퇴출제도 개선 △새로운 유형의 ETF 상품 출시 △혁신기업 자금조달 지원 등을 중점과제로 선정한 상태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호가단위 변경이다. 코스피 종목의 경우 주가에 따른 호가 간격(1·5·10·50·100·500·1000원)이 7단계, 코스닥은 5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1998년 이후 20년간 개편되지 않았다.
유럽은 가격대와 유동성을 동시에 고려해 호가단위를 정하고, 일본은 유동성이 높은 주요지수 편입 종목에 호가단위를 좁히는 방식으로 시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대량매매제도 역시 2000년 이전 제도가 현재까지 이어져 해외 선진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퇴출조건 강화해 투자자 피해 사전예방
정 이사장은 또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면서 글로벌 거래소에서도 핵심이슈가 됐다"며 "ESG 채권 인증기준 마련 및 전용 섹션 신설, ESG 관련 정보공개 확대, ESG 지수 다양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사 환경·사회적 책임(ESG) 관련 정보공개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코스닥ESG지수 등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이어 "코스닥시장 퇴출제도 개선 작업에 이어 코스피 시장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상장폐지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액․시가총액 등을 토대로 하는 현재 퇴출기준은 10년 이상 시간이 흘러 최근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심사 제도 역시 다양한 부실징후 기업을 조기에 찾아내는 방식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TF(상장지수 펀드)와 관련해서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액티브 ETF와 재간접 ETF 상장, 리츠 ETF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日사태, 자본시장 영향은 미미…모니터링 강화할 것
이 밖에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장,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정 이사장은 한·일 분쟁과 관련한 질문에 "양국의 정치 외교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슈라 전망이 어렵다"며 "다만 국내 증시에서 일본계 자금은 13조원 가량으로 비중이 크지 않고, 시중 자금동향에 미치는 영향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슈가 확산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본 투자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월 말 기준 2.3% 수준이다.
대체거래소(ATS) 설립과 관련해서는 "경쟁촉진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현시점에 설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냐는 의문이 있다"며 "(현행 거래소에서) 매매체결 전산화가 완전히 이뤄져 있고 거래 수수료도 최저수준이라 투자자 입장에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