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마다 대박…'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 내스퍼스

김수현 기자
2019.07.24 11:12

18년 전 3200만달러에 산 텐센트지분 '수천배' 껑충…9월 유럽서 상장예정

내스퍼스 로고. /사진=블룸버그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 불리는 기업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터넷, 언론출판 미디어 기업 내스퍼스(Naspers)다. 손정의 회장 주도로 투자사업을 키운 소프트뱅크처럼 IT업계에서 '큰 손'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내스퍼스는 사실 본업보다 텐센트 최대 주주로 잘 알려져 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내스퍼스는 오는 9월 인터넷사업부문 '프로서스'를 분사시켜 유럽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프로서스는 텐센트 지분 31%와 음식 배달 서비스업체인 딜리버리 히어로,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렛고, 러시아 소셜미디어 기업 메일루 그룹의 지분을 보유한다. 내스퍼스의 프로서스는 기업가치 최소 1400억달러(약 165조원)로 '유럽 최대 인터넷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텐센트 지분 31%만 해도 1330억달러(약 157조원)이기 때문이다.

내스퍼스가 텐센트 지분을 사들인 건 18년 전이다. 지난 2001년 내스퍼스는 창업한 지 3년 된 텐센트에 3200만달러를 투자해 2004년 텐센트 상장 후 지분 33.3%를 취득했다. 이후 텐센트 지분 가치는 수천 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3월 내스퍼스는 텐센트 지분 단 2%를 약 100억달러에 팔았다. 밥 반 디크 내스퍼스 최고경영자(CEO)는 텐센트를 두고 "우리 마구간에 들어 있는 튼튼하고 날개 달린 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내스퍼스는 전세계 신흥국 IT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해 몸집을 불렸다. 내스퍼스는 2012년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플립카트 지분 10%를 1억2000만달러에 사들인 뒤 투자 규모를 6억1600만달러까지 늘렸다. 지난 5월에는 플립카트 지분 11.8%를 월마트에 넘겼는데 매각액은 투자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22억달러에 달했다. 이외에도 내스퍼스는 인도 IT 스타트업 '바이주스'와 여행스타트업 '메이크마이트립', 브라질 음식배달 스타트업 '아이푸드'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제 내스퍼스는 자체 사업 수익에 방점을 찍으려 하고 있다. 내스퍼스는 현지에서 결제수단,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 인터넷사업 등을 중심으로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반 디크 CEO는 "내스퍼스는 돈 많은 투자자가 아니라 경험 많은 사업가가 되고 싶다"면서 "우리는 이 사업들을 수십억 달러의 대규모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스퍼스 남아프리카 지역 최고경영자(CEO) 푸티 마한옐레. /사진=내스퍼스 홈페이지.

1915년 설립된 내스퍼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의 신문사로 출발했다. 내스퍼스는 1948년 당시 남아공에서 국민당이 정권을 잡아 백인우월주의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공식 정책으로 삼은 데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요하네스버그 위츠 대학의 안톤 하버 언론학 교수는 "내스퍼스의 언론사 아프리칸미디어의 가장 큰 잘못은 (정부의) 강제 추행, 고문, 검열, 인종 차별 등을 조직적으로 대중에 숨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아프리칸미디어 기자는 1997년 성명을 내고 "나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독자들에게 아파르트헤이트의 부당함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FT는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내스퍼스 소속 언론사 기자들이 사과했다"고 밝혔다.

내스퍼스는 이를 반성하기 위해 각종 지원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내스퍼스는 최초로 고위임원으로 흑인 여성 푸티 마한옐레를 남아프리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또 남아공 현지 IT 기업 창업 지원에 3억3000만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 6월에는 남아공 청소부들을 위한 공유서비스인 '스윕수프사우스(Sweep SoupSouth)'를 공개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의 흑인여성인구 10명 중 1명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스퍼스의 공동창업자 아이샤 판도르는 "내스퍼스는 앞으로도 남아프리카에서 계속 강력한 기반을 유지할 것"이라며 "회사는 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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