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피시대 성큼] (下)

코스피가 7000선을 목전에 뒀다. 외국인의 기록적 순매수세가 주가에 힘을 실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일 34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8.12포인트(5.12%) 오른 6936.9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역사상 최고치로 7000선까지 63.01포인트만 남겨두고 있다.
최근 급등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외국인은 한국거래소 시장에서 지난 4일 저녁 6시까지(시간외거래 포함) 코스피 주식 4조25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도 2조5224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개인은 6조360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과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의 협업 결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협업한 서비스 내용에 따르면 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국내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코스피 주식을 장중 매수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16만1000원(12.52%) 오른 144만7000원으로 장을 마쳐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1만2000원(5.44%) 오른 23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액면분할(주식분할)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SK하이닉스 순매수 창구 1위는 삼성증권이었다"며 "IBKR과 삼성증권의 협업 덕분에 앞으로 외국인을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추가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국내 증시 관전 포인트를 반도체 수급 상황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향후 메모리 수요를 가늠할 미국 실적 시즌 동향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주 알파벳, 메타, 아마존, MS 등이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고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재차 신고가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는 지난달 30일 기준 7.12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지수 강세와 이익전망 상향 배경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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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전반적으로 메모리 등 부품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자본지출(CAPEX) 규모가 재차 상향 집계됐다"며 "빅테크를 포함한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총액은 올해 8조60억달러로 전년 대비 7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도 6%가량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국내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지정학적 요인인 중동 전쟁은 휴전 상황이 붕괴될 수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군이 해방 프로젝트의 실행 첫날인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통항을 위해 무력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피 상장사인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고평가 상태를 우려하는 경고음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들 업체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일부 증권사는 목표가를 낮추거나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노사 갈등이 회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의견이 나왔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가를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6.3% 낮춘다고 밝혔다. 글로벌 IB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춘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의 단기적인 실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0%, 11% 낮췄다.
씨티그룹의 전망 배경은 삼성전자가 노사 갈등으로 성과급 지급을 위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주가 상승 속도를 두고 거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주기적으로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23만250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액면분할 이후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지부진하면서 5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급상승해 지난해에만 4.5배 이상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5.77배로 추정했다. 최근 3년 이내 최저점이었던 2024년(10.75배)에 비해 절반가량 수준에 미칠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동성이 큰 상태로 해석한다. 실제 영업이익이 그간 전망치를 밑돌게 되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40만닉스'를 달성한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고평가 우려도 있다. BNK투자증권은 지난달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실적 둔화를 경고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리포트가 발간된 지난달 27일 이후 약 12% 추가 상승해 140만닉스에 올랐다.
일부 증권사는 반도체 업종 비중확대를 계속해 추천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SK하이닉스 대비 4주 연속 부진했고 심지어 지수 상승 구간에서 하락하기도 했다"며 "상여금 관련 파업 이슈로 실적과 영업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데, 이런 이슈가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 나면 불확실성 해소로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4일 등 2거래일간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18곳 가운데 목표주가를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한 곳은 7곳(대신, 신한, KB, iM, IBK, 현대차, DS증권)이다. 삼성전자 목표가 최고치는 다올투자증권이 제시한 39만원, 최저치는 현대차증권이 내놓은 2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