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가 역사상 최대폭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가 봉쇄 해제와 함께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뉴욕증시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경기회복의 결정적 변수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7.7%나 늘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8.5%(마켓워치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 증가율로, 1992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6.1%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의류 판매가 188% 폭증했고 가구와 자동차 판매도 각각 90%, 44%씩 급증했다. 식당 매출도 29% 늘었고, 온라인 판매는 9% 증가했다.
상무부는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전월엔 전국적 봉쇄령의 여파로 소매판매가 14.7%나 급감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고 "와우! 예상보다 훨씬 더 크다. 증시와 일자리에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마이크 로이반가르트 상무는 "우리는 최근 몇달간 역사상 최악의 경기지표를 봐왔고 이젠 그 반대 방향으로의 진자 운동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26.82포인트(2.04%) 뛴 2만6289.98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58.15포인트(1.90%) 오른 3124.7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69.84포인트(1.75%) 상승한 9895.87로 마감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예상치를 웃도는 경기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주식시장을 안심하고 바라보려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공식 채택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도 매수심리를 부추겼다.
이날 영국 공영 BBC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스테로이드 계열의 소염제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사망률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약 2000명의 코로나19 입원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한 뒤 이를 투약받지 않은 환자 4000여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덱사메타손은 호흡에 문제가 없는 경증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했다면 5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지금까지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진 유일한 약"이라며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5파운드(약 7700원)에 구할 수 있는 덱사메타손의 경우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기로 했다. 맷 핸콕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덱사메타손이 이날 오후부터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취급될 수 있도록 국민보건서비스(NHS)와 협의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덱사메타손의 잠재력을 포착한 지난 3월부터 이를 비축해왔다"고 밝혔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골자로 하는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교통부가 추진 중인 이 계획에는 도로나 교량 같은 전통적인 기반시설 뿐 아니라 5G(5세대) 무선통신 인프라와 교외 광대역 통신망 구축 사업도 포함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규모 건설 사업에 대한 기대로 건설장비 전문업체 캐터필러의 주가는 이날 5% 이상 뛰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경기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여파에서 회복하는 데 '중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코로나19가 억제됐다고 대중이 확신하지 않는 한 완전한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적 불확실성은 대부분 질병의 경로와 그것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된 불확실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고용이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지난 2월 이후 200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잃었다"며 생산과 고용의 수준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사상 최악 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 10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올해 미국 경제가 6.5%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또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중소기업에 극심한 위험을 끼치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너무 느려 중소기업들이 파산한다면 우리는 해당 기업을 잃는 것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들 기업은 우리 경제의 심장"이라고 우려했다.
스파르탄캐피탈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기본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라며 "중요한 건 실업 문제인데, 파월 의장은 일자리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떤 사람은 아예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연준은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9.3%에서 2021년 6.5%, 2022년 5.5%로 느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