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고 인플레 재현?…10년 장기 약세장 시작되나[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2.05.02 20:21

[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 약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는 1982년 이후 40여년간 장기 강세장을 지속하며 2000~2003년 닷컴버블 붕괴 때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약세장이 늘 1년도 안돼 짧게 끝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증시 하락은 두 달도 안돼 짧게 끝나며 공포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승자가 됐다.

그러나 올해 증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초 급락했던 증시는 지난 1월말 강하게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했고 지난 3월 중순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갔지만 올 1분기 어닝 시즌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시 급락했다.

반등시 고점은 전 고점을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하락시 저점은 전 고점보다 더 내려가며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면서 S&P500지수는 지난 4월말까지 13.3% 급락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는 미국 증시 역사장 3번째로 큰 1~4월 하락률이다.

올해 첫 4개월보다 하락률이 컸던 해는 대공황 때였던 1932년(-28.2%)과 1939년(-17.3%)뿐이었다.

올해 1~4월 S&P500지수 하락률은 코로나 팬데믹 첫 해인 2000년 1~4월(-9.9%)과 비교해서도 큰 것이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1992년부터 S&P500지수가 4개월간 10% 이상 하락한 적은 25번 있었다. 그 중 10번이 2000년 1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닷컴버블 붕괴 때였고 9번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이 때는 섣불리 저가 매수했다 주가가 더 떨어져 물리기가 일쑤였다.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21.2% 급락해 1971년 이후 최악의 첫 4개월을 보냈다. 다우존스지수는 올들어 9.3% 떨어졌다. 미국 3대 지수 중 다우존스지수만 올해 1~4월 수익률이 코로나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1~4월(-14.7%)보다 낫다.

미국 증시를 억누르는 요인은 여러 가지를 나열할 수 있지만 단 하나를 고르라면 인플레이션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풀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며 인플레이션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인플레이션은 미국 증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구원자가 돼 주었던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을 오히려 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증시가 아무리 하락해도 연준이 금리를 낮출 수도, 돈을 풀 수도 없다. 오히려 증시가 더 하락해도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리고 돈줄을 더 조여야 한다.

래퍼 어소시에이츠 회장인 아서 래퍼와 헤리티지 재단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무어는 지난 1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이 1970년대 내내 계속됐던 인플레이션 시대를 재현한다면 다우존스지수가 2038년까지 2만9500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다우존스지수의 지난 4월29일 종가 대비 10.5%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

다우존스지수는 1960년대 중반에 1000선을 뚫고 올라갔지만 1970년대 고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1982년 여름에 777까지 22% 하락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2% 하락이라니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10년이 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며 서서히 하락했다는 점이다. 매수 후 보유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다우존스지수 하락률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82년까지 15년간 70%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는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미국 증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고 11%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며 감세 정책으로 생산성을 끌어 올리고 나서야 장기 강세장에 진입했다.

이후 다우존스지수는 1982년부터 지난 1월초까지 40년간 777에서 3만6000대까지 올랐다. 최근 물가가 치솟기 전까지 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3%였다.

래퍼와 무어는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2.5조달러의 세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증세 정책을 고수한다면 미국 경제와 증시는 1970년대 고 인플레이션 시대를 반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다우존스지수는 최근 고점인 지난 1월초 3만6800선에서 2038년 2만9500으로 20% 떨어지며 17년의 약세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런스는 돈을 벌려면 약세장 초입이 아니라 말기가 언제인지를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증시의 약세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전략가인 사비타 서브라마니안은 침체장 때 S&P500지수가 평균 32%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13% 하락했으니 경기 침체 우려는 3분의 1가량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올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0% 성장했을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달리 1.4% 마이너스 성장했다. 미국 경제가 위축되기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1.4%의 상장률은 속보치로 잠정치, 확정치를 거치며 수정될 수 있다.

미국 증시 약세가 계속되는 동안 서학개미는 기술주 반등을 기대한 투자를 계속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20일부터 26일까지(결제일 기준 4월25~29일) 서학개미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상장지수펀드)인 TQQQ를 2억1330만달러어치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간만에 테슬라를 2억달러 가까이 대규모 순매수했다. 또 최근 급락한 반도체주 반등을 기대하며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와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알파벳과 넷플릭스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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