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수준의 급여, 업계 최고 우대"
지난달 말부터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에는 "품질관리실 경력회계사를 모신다"는 구인 글이 적잖게 올라왔다. 대형·중견·중소회계법인 너나없이 공고 글을 올렸다.
다음달 정부의 감사인 지정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회계업계 간 '품질관리실 회계사' 뽑기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견·중소회계법인은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홍보하지만 품질관리 인재는 한정돼 있는데다 대형회계법인까지 나서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회계사를 감시·관리하는 품질관리 인력은 어느 정도 회계사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최근 회계사회로부터 징계받지 않아야 하고 국제회계기준도 잘 알아야 한다.
정부 개정안은 품질관리 역량·노력 등을 고려해 등급 분류를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5조원 이상 기업의 지정 감사를 맡은 빅4 대형 회계법인은 앞으로 2조원 이상 기업의 감사까지 맡게 된다. 등급을 잘 받기 위해선 품질관리인력을 회사 규모에 맞게 더 뽑아야 하고 손해배상 능력도 키워야 한다.
정부안의 취지와 목적은 충분히 공감한다. 회계법인의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형편없는데도 역량을 넘어서는 기업을 배정받아 문제가 생긴 것도 맞다. 품질관리인력은 사실상 수익을 내지 않는 '비용' 측면의 인력이다 보니 중견·중소회계업계에서 채용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 품질 기준을 깐깐히 높인다는데 이견은 없다.
다만 급격한 변화는 우려된다. 시행 기한이 다소 촉박하다. 정부는 7월 중순에 규정 변경을 예고했고 지난달 말 중견·중소업계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달 중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10월부터 당장 시행한단 계획이다. 약 두 달이란 짧은 시간 안에 정부의 새로운 기준을 맞추긴 쉽지 않다.
가뜩이나 높은 빅4의 성벽은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쏟아진다. 현재도 빅4의 독과점 구조는 공고하다. 지난해 빅4가 감사한 상장법인 시가총액은 전체 85%에 해당한다. 기준이 바뀌면 빅4의 독과점 현상 심화는 뻔하다.
정부는 빅4에 의존하는 구조가 회계 사고의 위험성을 더 키울 수 있단 지적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아울러 품질관리를 잘하고, 노력하는 중견·중소회계법인엔 성장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