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13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하다 갑자기 돌변해 급등 마감했다.
미국 증시가 단기 저점을 마련하고 반등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베어마켓 랠리라도 나타난다면 주식에 대한 포지션을 재정비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으로 출발했다. 개장 전에 발표된 지난 9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CPI는 전월비 0.4% 올라 예상했던 0.2% 상승을 웃돌았다. 이는 지난 8월의 0.1% 상승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전년 동월비 CPI 상승률도 8.2%로 예상했던 8.1%보다 높았다. 지난 8월의 8.3%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더 비관적이었다.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전월비 0.6% 올라 예상치 0.4% 상승을 상회했다. 전월비 상승률은 6.6%로 예상했던 6.5%를 넘어섰다.
지난 9월의 전년비 근원 CPI 상승률(6.6%)은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3월의 6.5%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S&P500지수는 한 때 2.4% 하락하며 3491.58까지 내려갔다. 나스닥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개장 후 조금씩 낙폭을 줄여가더니 오전 11시부터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결국 S&P500지수는 이날 2.6% 상승한 3669.91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2.2%, 다우존스지수는 2.8% 상승했다.
하락하던 증시를 급반등시킨 재료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떤 다른 경제지표나 긍정적인 뉴스 보도도 없었고 연준(연방준비제도) 인사의 완화적인 연설도 없었다.
그야말로 상승 반전은 무에서 갑자기 이뤄졌다. 완다의 에드워드 모야는 이날 증시 코멘트를 통해 "오늘 시장의 반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증시가 급방등한 배경에 대해 추정해볼 수는 있다.
첫째는 기업 실적이다.
이날 델타항공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올 3분기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행 수요가 늘며 매출액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수준을 웃돌았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델타항공이 제시한 향후 EPS 가이던스도 예상을 웃돌았다. 이날 델타항공은 4% 급등했다.
도미노피자도 올 3분기 EPS가 예상치에 미달했지만 매출액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10.4% 폭등했다.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는 올 7~9월 분기 EPS와 매출액이 모두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웃돌았고 10~12월 분기 EPS 가이던스도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는 이날 5.3% 올랐다.
나벨리어 &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는 이날 증시 코멘트를 통해 "실적이 이날 랠리의 최고 촉매제"라며 "CPI 보고서로 급락하던 증시가 왜 회복됐는지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둘째는 지난 9월 근원 인플레이션이 정점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모나 마하잔은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가 CPI에 후행해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9월 근원 CPI가 실제로는 발표된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대료는 지난 9월에 전월비 0.8%, 전년 동월비 7.2% 급등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에 대해 마하잔은 임대료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9월 CPI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도 정점을 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9월 CPI기 예상을 웃돈 것으로 발표된 후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의 최고 금리가 4.9%까지 오를 가능성을 반영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최고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내년에 4.6%였다. 이날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이보다 더 올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배런스는 이에 대해 연준이 금리를 최고 4.9%까지 올릴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시장에 반영되자 더 이상 나빠질 것은 없다는 심리가 나타나며 매수세가 유입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반등 배경은 주가가 단순히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P500지수는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이날(13일)까지 약세로 마감했다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패닉성 매도가 증시를 폭락시켰던 2020년 2월 이후 최장기 하락이 된다.
캡테시스의 프랭크 캐펠러리는 지난 7월에도 S&P500지수가 6거래일 연속 떨어진 적이 있는데 당시 이는 서머(여름) 랠리의 전조였다고 지적했다.
S&P500지수는 이날 장 중 최저점 기준으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바닥에서 올 1월 초 사상최고치까지 상승폭의 50%를 반납했다.
상승폭의 50%를 되돌리는 지점은 기술적 분석상 의미 있는 반등 신호로 여겨진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 팬데믹 강세장 때 상승폭의 50%를 반납하는 수준까지 S&P500지수가 내려오자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풋 옵션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거 풋 옵션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주식을 빌려 팔았던 공매도(숏 셀링) 투자자들이 서둘러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EPS가 시장 예상치를 만족시키지 못한 델타항공과 도미노피자의 주가 급등도 급락한 주가가 근본 원인일 수 있다.
많이 떨어진 주가에 비해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델타항공은 전날까지 올들어 25% 이상 하락했고 도미노피자는 46% 이상 폭락했다.
펀더멘탈상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지만 때로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주식시장에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가 중요한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가격 자체에 사람의 감정이 반응하기도 한다. 가격 자체가 가격을 움직인다는 의미다.
예를들어 2000년 3월 닷컴 버블을 터트린 것은 가격이었다. 주가가 계속 올라가니 그 주가 자체가 부담이 되면서 하락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실속 없는 닷컴기업의 민낯에 눈뜨면서 주가가 3년 가까이 폭락하며 거품이 빠진 것이다.
지금은 주가가 많이 하락하니 주가 자체가 모멘텀이 되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랠리가 하루만의 반등으로 끝날 것이냐, 베어마켓 랠리라 해도 올 여름처럼 한두달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올들어 증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온 국채수익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시가 급반등한 것과 달리 국채수익률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한 때 4.073%까지 올랐다가 3.952%로 마감했다. 이는 전날 3.901%에 비해 상승한 것이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 위에서 마감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 여름 랠리는 국채수익률이 고점을 치고 2일 뒤인 6월16일에 증시가 바닥을 치면서 시작됐다. 6월16일은 5월 CPI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 '충격'으로 발표된 뒤 연준이 올들어 처음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주가가 급락한 날이다.
이 때부터 오르기 시작한 증시는 7월 중순 2분기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리며 본격적인 상승 동력을 얻었다.
CPI가 정점을 쳤고 연준이 내년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은 기업들의 실적이 더해지며 강한 랠리가 나왔다.
지금도 이 정도면 근원 CPI도 정점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꿈틀대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됐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재 예상 가능한 최고 수준까지 시장에 반영됐다는 판단에 국채수익률이 하락세로 방향을 틀고 기업 실적도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면 증시 반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10월은 증시가 바닥을 치는 경우가 많은 달이었고 올해는 4분기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높았던 중간선거가 있는 해이다.
헤지펀드 튜더 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인 폴 튜더 존스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증시 바닥을 알려면 단기 국채수익률이 하락 반전하는지 살펴 보라고 조언했다.
13일에도 올랐던 국채수익률이 언제 하락세로 방향을 트는지 주목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