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얼마나 오래 인상할 것인가를 두고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내에 균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연준 내 비둘기파와 매파가 격돌할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그는 비둘기파일까, 매파일까.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연준 내 비둘기파는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며 조만간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매파는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더 올려 그 수준에서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둘 사이에서 파월 의장은 2가지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는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이고 둘째는 금리를 그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가이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금리를 6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이 가운데 4번은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4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동의했다.
하지만 연준의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드레퓌스 & 멜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빈센트 라인하트는 "손쉬운 금리 인상은 이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제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금리 인상폭을 줄이는 2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연준은 오는 13~14일 FOMC에서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낮추고 내년 봄까지 2차례 정도 0.25%포인트씩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내려올 때까지 그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3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금리를 빠르게, 큰 폭으로 올렸던 긴축 1단계에서는 연준 내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는데 대다수가 공감했던 지난 11월 FOMC부터 연준 내에 균열이 감지됐다.
씨티그룹의 최고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선 쉬츠는 연준 인사 대부분은 금리 인상에 따라 실업률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로 인해 금리 인상을 어느 수준에서 중단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이제 할 일을 다 했다"며 금리를 더 올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비둘기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둘기파는 금리를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려 놓은 만큼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꾸준하게 하락할 것이라며 실업자 증가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이다.
또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병목현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경제에 불필요한 타격을 가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상을 중단한 뒤에라도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언제든 다시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 우리는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기다려야 한다"며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둘기파는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겪게 되는 문제도 우려한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경기 침체가 거의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걱정스럽다. 이런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으로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매우 실제적인 것"이라며 "나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내 매파도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상당폭 둔화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3~4% 수준에서 더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고용시장의 수급이 빠듯하게 유지되면 임금은 계속 큰 폭으로 올라갈 수 있고 이는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점점 더 많은 기업인들이 '내년에는 임금을 5% 올리려고 하는데 이것으로 (고용을 유지하는데) 충분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임금 인상률이 1.5~2%포인트 너무 높다며 "우리는 임금이 올라가기를 원하지만 장기적으로는 2%의 인플레이션에 일치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스더 조지 캔사스시티 연은 총재는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긴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고용시장이 너무 강하다며 "경제가 어느 정도 둔화하지 않고 어떻게 이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우리는 경제 위축을 경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파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실업률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가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면 다시 금리를 올리는 197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즈는 금리 인상과 금리 인하를 반복하다 1970년대 내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를 재앙적인 결과를 낳은 정책 오류로 평가하고 있다.
이후 폴 볼커 의장은 1980년대 초까지 타협 없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이 결과 인플레이션은 잡혔지만 1982년에 실업률은 10.8%로 치솟았다.
파월 의장은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떨어졌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해 내년 말 다시 금리 인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 침체를 유발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번즈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번즈의 통화정책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지난 10월 한 패널 토론에서 볼커의 사례가 "인플레이션을 무너뜨리기 위한 통화 긴축의 결과로 침체가 초래됐다면 회복도 매우 빠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2016년부터 연준에 합류했는데 그간 가장 비둘기적인 인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지난 6월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금리 전망치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전망해 이후 매파로 재평가됐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도 연준의 정책 행보를 두고 극과 극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인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후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 2.1%, 내후년에는 1.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임금 인상으로 연쇄적인 물가 상승이 이뤄졌던 1960년대 말~1970년대 초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0년대 후반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데트마이스터는 "전쟁 후 대대적인 재정 부양책과 대규모의 과잉 저축, 고용시장 혼란, 소비 품목의 변화" 등으로 제2차 세계대선 후 물가가 급등한 것처럼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팬데믹 후유증이란 지적이다. 그는 이런 "인플레이션은 급등했다가 1년 정도 고공행진한 뒤 저절로 하락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현재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고 임금 주도의 인플레이션은 경기 하강 없이는 떨어지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경제 리서치팀장인 에단 해리스는 "인플레이션을 3%나 4%로 내리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2년 내에 2%로 떨어뜨리는 것은 극도로 어려울 것이고 심지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통상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 최근 증시에서 또 다시 내년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스는 내년에는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놀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내년에 닥칠 경제 침체는 매우 다를 것이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내년 침체는 연준이 세심하게 만들어 내려 의도한 침체이고 연준은 즉각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내년 초까지 5% 위로 올릴 것이란 사실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금리가 12월에 0.5%포인트. 내년 2월과 3월에 0.25%포인트씩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내년 3월에 연방기금 금리는 4.75~5%가 된다.
그 이후로도 경제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는다면 금리가 몇 차례 0.25%포인트씩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금리를 "좀더 천천히 올려 우리가 적정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금리를 찾은 뒤 그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오래 유지하며 너무 일찍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실업률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금리를 낮추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1990년대 초부터 파월 의장과 함께 재무부에서 근무했다가 이후 연준 이사로 일했던 랜달 퀄레스는 "사람들은 파월 의장이 외교관이고 정말 좋은 조정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다"며 "그는 매우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법이 요구하는 것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법이 연준에 요구하는 것은 물가 안정이다.
아울러 퀄레스는 연준에서는 경호원조차 번즈가 누구인지 안다며 연준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50년 후까지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가장 큰 죄악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데 실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은 '제2의 아서 번즈'가 되는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가지 않는 한 백일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