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기에는 채권 투자라더니"…美 장기채 ETF 마이너스

김근희 기자
2025.01.08 06:00

미 장기채 산 개미들 물려
"변동성 나타날 가능성 있어…분할매수 해라"

개인 순매수 상위 미국장기채 ETF/그래픽=김지영

금리인하기 대표 투자처로 꼽히는 미국 장기채 ETF(상장지수펀드)가 수익률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는 데다 미국 경제가 나홀로 호조를 보이면서 장기 금리가 오히려 급등한 탓이다. 미국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도 예고한 만큼 장기채 ETF 분할 매수로 변동성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7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한 채권 ETF는 모두 미국 장기채 ETF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상품은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로, 순매수 규모 7363억원(6일 기준)을 기록했다.

이후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4550억원 △KODEX 미국30년국채타켓커버드콜(합성H) 2904억원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2143억원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 1938억원 순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 ETF를 대거 사들인 것은 장기채 ETF가 금리인하기 대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매매 가격)이 상승한다. 채권은 예금처럼 정해진 금리(표면금리)가 있는데 시중 금리가 하락해도 표면금리는 그대로다. 시중금리가 하락할수록 투자자들이 표면금리가 높은 채권을 사려하고,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특히 장기채의 경우 단기채보다 듀레이션(만기)이 길어 단기채 대비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장기채 ETF 1년 수익률/그래픽=김지영

그러나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장기채 ETF 수익률은 저조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ETF의 1년 수익률은 -26.59%를 기록했다. 최근 1개월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13.15%, -12.74%다.

또 다른 미국 장기채 ETF의 수익률도 마이너스다. 상품별로 1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19.04% △RISE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17.54%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15.18%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14.34%다.

금리인하기임에도 미국 장기채 ETF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은 장기 금리가 오히려 올라서다. 간밤 미국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bp(1bp=0.01%P) 오른 4.63%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연 3.599%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이에 따른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트럼프 정책 등이 미국 장기금리 급등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양호한 고용, 견조한 경기가 계속됐고, 금리는 올랐다. 지난해 12월 열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미국 중앙은행 Fed(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공식 취임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견조한 미국 경기를 고려했을 때 당장 미국 장기 금리가 하락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는 만큼 장기채 가격이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트럼프 취임 이후 실제 정책 이행 및 속도, 다음 달 초 예정된 1분기 국채 발행 계획 등, 채권시장에 변동성을 초래할 요인이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연준이 미국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장기채 ETF를 분할 매수해 변동성을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1~2회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대호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팀 매니저는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서는 1~2회의 기준 금리 추가 인하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실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정책 등이 시행되며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면 인하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간 내 장기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으나, 가격 하단에 거의 접근한 만큼 분할로 매수 대응하면 연말에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FI운용부 수석도 "미 국채 발행 부담이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장기금리 부담 요인이지만, 현재 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현재 가격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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