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아직 그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이전인 1400원보다 높은 1450원대에서 거래 중이고 코스피는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3조원 가량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지금도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1년여 간 공들여 왔던 밸류업의 노력이 단 몇시간 만에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밸류업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1배를 밑돌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한때 1배를 상회하는 등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계엄 사태 이후 12월9일 코스피 PBR는 최저 0.83배까지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었던 2020년5월 이후 최저치였다. 지금도 PBR는 0.9배를 밑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계엄 이후 벌어진 탄핵 국면에서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자본시장의 우려 중 하나는 밸류업 정책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의 업적은 지우고 새 정부의 정책으로 새로고침 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자본시장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녹색펀드, 통일펀드, 뉴딜펀드 등은 조용히 사라졌고 다른 정책들도 이름이 바뀌거나 방향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모든 정책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원인이 한 두가지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개선하고 고쳐나가 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가 벤치마크 한 일본의 증시부양책은 10여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다. 일본은 단순히 주가 띄우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기업가치의 근간이 되는 펀더멘털 개선에 집중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함과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실시했다.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에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본 증시는 30년만에 신고가를 돌파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 한국 증시의 활성화는 단순히 주가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투자 활성화부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수익률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향후 어떤 정국이 펼쳐 지더라도 밸류업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