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증시 랠리에 선두에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영향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더 큰 무게를 두며 두 종목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17일 오전 11시13분 한국거래소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83%, 3.52%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12거래일 만에, 삼성전자는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날 반도체주의 약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있다. 1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관련해 무엇도 타협한 것이 없다"며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자동차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앞으로 무역 정책을 산업별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날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더욱 큰 무게를 두고 있는 중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도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의 하락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는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 정책보다 AI 산업 성장에 대한 강력한 기대감에 더 집중한 것으로 판단한다"리고 말했다.
실제로 SK증권과 하나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SK증권과 현대차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상향 조정했다. 특히 SK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가장 높은 목표주가인 11만원, 48만원을 제시했다.
증권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일반 서버 교체 수요로 이어지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까지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중심의 투자가 서비스 인프라 구축(데이터센터 증설 등)을 위한 일반 서버로 확산할 전망"이라며 "AI 사이클 내 메모리의 구조적 성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 단독에서 서버 DRAM,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메모리 가격 상승도 점쳐진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 등은 주요 고객사의 수요 전망을 반영해 제품별 메모리 가격을 10~30% 인상할 계획이다.
김록희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감에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도 상향 조정했다. 그는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한 8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 증가한 9조9000억원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일반 DRAM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주요 고객사로의 공급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2배로 역사적 평균인 1.4배를 밑돌아 부담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범용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HBM4 경쟁력이 재차 입증될 것"이라며 "속도 향상 이슈로 경쟁사 마이크론이 밀리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높은 양산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업계 내 샘플 일정을 가장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선제적 계약을 통한 점유율 1위 수성, 높은 가격 협상력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차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정받자 코스피 지수는 오전 11시13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3.11포인트(0.96%) 하락한 3416.51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