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역풍 막아도… 불어닥치는 '빚투'

김창현 기자, 천현정 기자
2025.10.14 04:15

하락장 우려보다 포모에 영향… 랠리 속 신용융자잔액 '23조'
9월 반대매매도 전월비 2배 ↑… 미중갈등속 증시 변동성 유의

신용거래융자잔고 추이 /그래픽=이지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증시가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경우 높은 신용융자잔액이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15조원 수준에 그치던 신용융자잔액은 코스피 랠리가 한창이던 지난 6월23일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23조5378억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달 2일 기준 신용융자잔액은 23조3413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융자잔액은 증권사로부터 매수대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후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지난 9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규모도 전월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1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71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월간 집계 기준으로도 올들어 최대치다. 전체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지난달 29일에는 2.1%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달 26일 117억원 △29일 197억원 △30일 144억원 △이달 1일 126억원으로 4거래일 연속 100억원을 넘겼다. 이달 2일 43억원에서 코스피지수가 3600선을 돌파한 지난 10일에는 8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반대매매란 증권사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미수거래자가 기한 내 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신용융자잔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전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한 영향이 크다.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등 주요 위험자산이 동반 강세를 보인 상황에서 코스피도 360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하락에 대한 두려움보다 '포모'(FOMO·상승장 소외공포) 현상이 확산하며 신용융자잔액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14일부터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는 11월8일부터 희토류를 수출하는데 상무부의 사전허가를 의무화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100% 추가 관세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트럼프의 발언 직후인 지난 10일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려는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은 불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시장은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갭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낙폭을 일부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실제 무역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당분간 증시 내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앞두고 양국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실제 고율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며 "APEC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정부 셧다운, 미중 갈등으로 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시장이 하락 대신 횡보하더라도 신용거래 투자자는 이자부담이 누적돼 손익이 악화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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