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내증권사가 개인과 법인 고객에게 426억원 어치를 판매한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호' 펀드의 원금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 펀드가 영국의 한 빌딩에 투자했는데, 이 펀드보다 선순위로 대출을 해준 메트라이프와 기존 계약이 종료됐지만 리파이낸싱(재조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트라이프가 빌딩 경매 등을 통해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해당펀드가 대규모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19일 현대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호가 투자한 부동산에서 지난달 15일 담보대출 관련 채무불이행(디폴트·EOD)이 발생했다. 펀드는 '로흐사이드 크레센트 에든버러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글로벌 보험사 아에곤(Aegon)의 본사 건물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선순위로 담보대출을 내준 메트라이프가 투자금 회수 의사를 밝혔지만, 신규 대주를 찾지 못해 리파이낸싱에 실패한 것이다.
이 펀드가 투자한 영국 웨스트 에든버러 지역 오피스는 금리 인상과 현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감정평가액이 하락해 리파이낸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만기 연장 조건은 금리 인상과 맞물려 까다로워졌다. 메트라이프와 약정한 이자율은 기존 2.47%에서 3차례 연장 약정을 통해 올해 10%까지 상승했다. 45만유로(약 7억6800만원)의 연장수수료도 추가 부과됐다.
여기에 현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담보물의 가치도 급락했다. 건물 감정평가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1817억원(1억650만유로). 펀드가 설정된 해인 2020년 6월(2273억원·1억3325만유로) 대비 456억원 하락했다. 이에 따른 외화 주식의 최종 공정가치평가액 합계는 43.9% 하락했다.
펀드는 설정 당시 A클래스(납입금액의 2.0% 이내로 판매수수료를 받은 상품) 기준으로 하나증권이 리테일 고객에게 총 153억원을 팔았다. 리테일 판매사 중에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개인 고객 잔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관련 내용에 대한 운용사 고지가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관 등 법인에 팔렸을 것으로 보이고 이후 셀다운(재매각)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는 한국투자증권(103억원), DB증권(26억원), SK증권(9억원) 등 순으로 많은 물량을 판매했다. 리테일 판매 물량 외에도 증권사 고유계정으로 담은 펀드 물량까지 합산하면 국내 설정액은 총 426억원에 이른다.
빌딩이 경매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런 절차를 밟더라도 이 펀드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메트라이프의 대출잔액은 약 1308억원(7662만5000유로)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2023년 말 건물 감정평가액 기준 79.81%에 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환헤지 정산금 127억7000만원을 미지급했는데, 빌딩을 매각할 경우 이금액을 우선 지급해야한다.
현대자산운용은 공시를 통해 "신규 선순위 대출 리파이낸싱 관련해 대출 주선회사 측을 통해 본건 대출에 관심을 보였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재검토 진행 중"이라며 "선순위 대주는 상기 리파이낸싱이 성사되지 않거나 또는 채무불이행 발생 통지 이후 즉각적으로 본건 자산에 대한 담보권 실행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