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11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조벤은 본격적으로 드론개발에 착수했다. 더 넓은 제작·실험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 고향 남쪽의 땅을 매입해 하드웨어 인큐베이터로 운영했다. 2009년 9월 조비 에어로(현재 조비 에비에이션)를 창업한 뒤 10년간 이곳에 칩거하면서 소규모 엔지니어 연구팀을 운영했다.
산속 헛간이라고 부른 작업장에서 전기모터, 비행 소프트웨어, 리튬이온 배터리, 비행체, 센티미터 단위 GPS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이곳은 조벤의 유년시절과 비슷했는데 엔지니어들은 목장 내 텃밭에서 달걀을 가져오고 베리를 따 먹으며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발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고 시간과 돈은 계속 흘러 나가고 있었다. 이 때 조벤에게 알렉스 스톨이라는 구원자가 들어온다. 스티브 잡스에게 워즈니악이 있었고, 일론 머스크에게 그윈 숏웰이 있었는데, 조벤에게는 알렉스가 그랬다.
2012년 조벤은 드론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3년동안 산타크루즈 산맥의 낡은 헛간에서 고생을 하고 있었지만 소음없는 드론이라는 직관을 현실화할 브레인이 절실했다. 이 때 만난 게 스탠퍼드 대학교 항공우주공학 석사논문을 쓰고 있었던 알렉스였다 . 주제는 저소음 프로펠러 설계. 조벤은 "이 사람이 내 비행기를 완성해줄 마지막 퍼즐"이라고 직감했다.
조벤은 산업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던 청년 알렉스를 자신의 숲속 헛간으로 초대했다. 화려한 연구실 대신 기름때 묻은 작업대와 프로펠러 파편이 뒹구는 그곳에서, 두 천재는 밤을 새워 토론했다. 알렉스는 조벤의 눈에서 광기를 봤고, 조벤은 알렉스의 수식에서 미래를 봤다. 몇일 뒤 알렉스는 짐을 챙겨 돌아왔고 조비의 첫 번째 정규직 직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11년 동안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동고동락했다. 소음에 대한 조벤의 편집증이 도질 때면 알렉스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 그 소음을 상쇄할 수학적 공식을 찾아냈다. 특히 알렉스는 조비의 6개 프로펠러 시스템 창시자다. 4개는 엔진 고장 시 위험하고, 8개는 너무 무겁다. 알렉스는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 끝에 6개가 안전과 효율의 황금비율임을 찾아냈다.
여기 그치지 않고 6개의 프로펠러가 각기 다른 회전수(RPM)로 돌며 서로의 소음 파장을 잡아먹는 능동형 소음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비 기체가 헬기보다 100배 조용한 이유는 알렉스 스톨이 남긴 이 수학적 정적 덕분이다.
알렉스는 사업적인 판단도 뛰어났다. 조벤의 거친 직관을 다듬어 승객 1마일당 비용 최소화라는 냉철한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조비의 기체가 1인승에서 지금의 5인승(S4)으로 진화한 것은 "사람이 더 타야 가격이 내려가고,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는 알렉스의 집요한 계산이 바탕이 됐다.
두 사람은 단순히 사장과 직원이 아니었다. 금요일 오후면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비행 테스트가 성공하는 날엔 아이처럼 서로를 껴안고 울었다. 조벤은 사석에서 늘 이렇게 말했다. "알렉스는 내가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더 큰 행운이다. 그는 조비의 영혼 그 자체다"
2022년 조비가 나사와 공동음향 시험을 통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S4기체가 고도 500m에서 100노트(약 185km/h)로 순항할 때 지상 소음은 45.2dBA에 불과했다. 이착륙 시에도 100m 거리에서 65dBA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일상 대화 수준(60dBA)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치다. 조비 측은 "동급 중량 헬리콥터 대비 100배 조용하다"고 밝혔다.
경쟁사 아처 에비에이션(NYSE : ACHR)의 '미드나이트'도 순항 고도 2000피트(약 610m)에서 약 45dBA를 주장하며 조비와 대등한 수준을 내세웠다. 다만 아처의 수치는 자체 설계치로, NASA 등 제3자 검증을 거친 조비와는 데이터의 신뢰도에서 차이가 있다. 독일 볼로콥터의 '볼로시티'는 멀티콥터 방식(18개 로터)을 채택해 호버링 시 75m 거리에서 65dBA를 기록했다. 파리 공항공사(Groupe ADP)는 실측 결과 "헬리콥터 대비 수배 조용하지만 여전히 청취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2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알렉스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의 나이 고작 37세였다. 조벤은 무너져 내렸다.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조비의 직원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본사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고, 그가 좋아했던 음악을 틀며 눈물로 그를 배웅했다. 조벤은 한동안 알렉스의 빈자리를 보며 헛간의 추억에 잠겨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깊은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알렉스가 남긴 수천 장의 설계도와 수식들은 여전히 조비의 서버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올해 두바이와 미국의 하늘을 조용히 오갈 조비의 6개 프로펠러의 정숙함은 알렉스가 마지막까지 깎고 다듬었던 수학적 영혼 덕분이다. 조벤은 여전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알렉스의 사진을 보며 "알렉스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를 반문한다 고 털어놨다. 현재 조비가 보유한 핵심 특허에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조비는 현재 드론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지닌 곳이다. 2025년말 기준 현금성자산 14억달러에 지난 2월 추가로 12억달러(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가 수혈되면서 금고에는 총 26억달러(약 3.5조 원)라는 거액이 쌓였다. 경쟁사들이 펀딩을 위해 투자자 눈치를 볼 때, 조비는 오직 상용화와 양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가의 관심사는 "누가 얼마나 훌륭한 드론을 만드냐가 아니라, 누가 조비의 자금력을 따라갈 수 있을까"에 집중된다.
조비는 최근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70만 평방피트(약 2만평) 규모의 거대 제조 시설을 인수했다. 데이턴은 '항공의 아버지' 라이트 형제의 고향이자, 항공 인프라의 심장부다. 조비는 이곳에서 2027년까지 월 4대 이상의 기체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한 대씩 정성껏 깎던 공방 수준을 넘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비행기를 찍어내는 대량양산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 기적 같은 공정 설계 뒤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가 있다. 토요타는 조비의 최대 주주이자 제조 파트너로서, 수십 명의 베테랑 엔지니어를 파견해 토요타 생산 방식(TPS)을 조비 공장에 이식했다. 비행기를 자동차처럼 정밀하고 빠르게 만드는 기술은 조비의 또 다른 힘이다.
경쟁사 아처가 기존 항공부품을 사다 조립하는 방식을 택해 초반 경쟁력을 확보할 때 조비는 부품의 90% 이상을 직접 만드는 고집을 부렸다. 초기에는 느려 보였지만, 양산 단계에 들어서자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외부 공급망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 입맛에 맞는 고성능 부품을 무한정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모터와 배터리 팩의 자체 생산 능력은 조비 기체의 조용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무기가 되고 있다.
물론 아처의 판단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조비는 부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모든 부품에 대한 FAA 인증이 필요하고,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반면 아처는 이미 인증된 기존 항공사 부품을 쓰기 때문에 FAA인증이 빠르다. 아처의 기체 미드나잇(Midnight)은 조비보다 소음은 조금 더 크지만, 대량 양산 효율은 더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