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주가가 초강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작전 에픽 퓨리 개시 후 첫 거래일인 3월2일 미국 증시에서 주요 5개 방산기업(NOC·RTX·LHX·LMT·BA)들은 평균 4% 넘게 상승했다. iShares 미국 항공방산 ETF(ITA)도 4.8% 급등했다. 주간 기준으로 RTX는 6.5% 상승했고 노스롭과 록히드는 각각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 첫 공습 이후 46%, 40% 상승한 상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방산주 주가도 우상향할 여건이 마련되는데 특히 주목할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아바브'라 불리는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 AVAV)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매수한 종목으로도 알려진 아바브는 최근 이란전쟁과 관련해 향후 미군의 전력증강이 이뤄질 포인트에 있는 업체다. 전투드론을 비롯해 다양한 방산, 우주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는 아바브를 여러 차례 분할 매수해 왔다. 장기간에 걸쳐 사고팔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잡기는 어렵지만 평균 매수단는 약 94달러, 최근 재매수 가격대는 150~300달러대로 추산된다.
나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는 '전투드론의 아이폰'으로도 불린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생태계를 지배하듯, AVAV가 군용 드론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브는 2일 미국 증시에서 장중 20%나 오르기도 했다.
여러 방산업체 가운데 아바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란전쟁은 승패와 무관하게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는 이벤트인데, 특히 드론이 핵심 전력으로 재편되는 패러다임 변화가 첫째로 꼽힌다. 실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압도하고 있지만 전쟁이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은 고민거리다. 승패와 무관하게 전쟁의 방정식은 이란에 극도로 유리한 국면이다.
개전 후 일주일간 이란은 540발 이상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극초음 미사일 같은 신무기도 선보였지만 1450회가 넘는 드론 공격이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이란의 대외 공격 4분의 3이 드론이었다.
미국이 이란의 저가 드론 떼를 막기 위해 쏘는 패트리엇 PAC-3 요격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약 59억2000만원(400만달러)이다. 이란의 샤헤드(Shahed) 드론 한 대 가격은 2960만~7400만원(2만~5만달러). 요격 비용이 공격 비용의 100배에 달하는 구조다.
원리서치에 따르면 이란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미사일과 드론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발사체 재고 확충에 편성한 2026 회계연도 예산은 30조1920억원(204억달러)이다. 그런데 이란의 저가 드론 떼를 고가 요격 미사일로 막아야 하는 비용 비대칭이 계속되면 이 예산은 금방 바닥난다. 미 국방부는 이미 답을 내놓고 있다. 비싼 미사일 대신 값싼 드론과 레이저 요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공격용으로는 자폭 드론(배회탄), 방어용으로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레이저)를 대대적으로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이란전은 이 전환을 수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드론 대투자 시대의 최대 수혜주가 '전투드론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아바브다. 아바브는 사실상 미국의 군용 드론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
배낭에서 나오는 AI운용 전투드론 미군이 픽한 아바브의 전투드론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용도에 따라 모델이 구분되는데 △배낭에 넣는 2.5kg짜리 소형 '스위치블레이드 300' △전차를 잡는 22.7kg 대형 '스위치블레이드 600' 등이 있다. 특정 1~2모델에 집중된 경쟁사와는 라인업이 다르다.
아바브 드론은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최초 실전 투입됐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스위치블레이드 600 모델이 3000대 이상 공급됐다.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드론은 군이 사지 않는다.
특히 AI(인공지능)가 제어한다는 장점이 있다. 발사 단계는 경쟁사와 같지만 이후 목표를 추적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AI가 민간인이나 민간 장비로 인식하면 타격 직전에 공격을 취소하고 선회해 재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미군 교전 수칙에 완벽히 부합한다.
원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8월 미 육군은 아바브에 5년간 최대 1조4652억원(9억9000만달러) 규모의 IDIQ(무기한 수량계약)를 부여했다. 이후 2026년 2월까지 누적 발주액이 8643억원(5억8400만달러)에 달한다. 생산 캐파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미밸리(캘리포니아)와 솔트레이크시티(유타) 신공장을 합치면 월 1200대 이상 생산이 가능하다. 복수 교대 가동 시 연간 2조9600억원(20억달러)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경쟁사 대비 5~6배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AUSA(미 육군 박람회)에서는 스위치블레이드 신규 업데이트 모델을 동시 공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기존 라인업의 성능을 한 차원 끌어올린 '스위치블레이드 300 Block 20'과 '600 Block 2'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모델들은 대인·경차량, 대전차 장갑차 공격에 투입된다. 탄체무게는 1.6~16.3kg으로 개인 휴대가 가능하며 15~50분간 비행할 수 있다. 스위치블레이드 600 모델은 IP67급 해양방수 기능도 있다. 모델별 단가는 8880만~2억5160만원(6만~17만달러) 선이다.
주목할 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한 발이 약 2억5160만~3억5520만원(17만~24만달러)인 데 비해, 비슷한 관통력을 가진 스위치블레이드 600은 이보다 저렴하면서도 40분간 하늘에서 배회하며 목표를 고를 수 있는 능력까지 더해진다. 발사 후에는 제어가 안 되는 재블린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 육군은 올해 2월 말에도 아바브에 2752억원(1억8600만달러) 규모의 추가 발주를 내렸다. 5년 IDIQ 계약의 네 번째 발주다.
특히 이번 물량에는 스위치블레이드 600(블록2)과 함께 스위치블레이드 300(블록20, 폭발성형관통체 탄두)이 포함됐다. 미 육군이 폭발성형관통체를 정식 발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육군은 2024년 첫 발주 이후 812억원(5490만달러) → 818억원(5530만달러) → 4262억원(2억8800만달러) → 2752억원(1억8600만달러)으로 12개월 누적 약 8643억원(5억8400만달러)을 집행했다. 1조4652억원(9억9000만달러) 한도까지 아직 40% 이상의 여유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실적이 급증하는 추세다. 아바브는 한국 기업과 달리 회계연도가 매년 5월~다음 해 4월이다. 2024 사업연도(2023년5월~2024년4월) 1조6412억원(7억1670만달러)의 매출과 1658억원(1억1200만달러)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기록했다. 이어 2025 회계연도(24.5~25.4)에는 매출 1조2151억원(8억2100만달러), 조정 에비타 2161억원(1억4600만달러)을 달성하며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다졌다.
진짜 폭발적인 성장은 현재 진행 중인 2026 회계연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루헤일로 인수 효과와 스위치블레이드의 전 세계적인 수요 폭증이 맞물리며 아바브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무려 2조8860억~2조9600억원(19억5000만~20억달러)으로 제시했다. 불과 2년 만에 기업의 덩치를 세 배 가까이 키운 셈이다. 최근 2분기(25.8~25.10)에 분기 최대 매출인 6993억원(4억7250만달러)을 기록하기도 했다.
순이익 창출 능력도 주목된다. 회사의 실질적인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조정 주당순이익(Non-GAAP EPS)은 2024년 4233원(2.86달러)에서 2025년 4854원(3.28달러)으로 올랐으며 2026년에는 5032~5254원(3.40~3.55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돈을 태우며 덩치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넘치는 현금을 바탕으로 대규모 M&A까지 소화하는 탄탄한 수익 구조를 완성했다는 뜻이다.
영업창출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조정 에비타 역시 2026년 기준 4440억~4736억원(3억~3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펜타곤의 핵심 파트너인 무기 제조사를 넘어 전장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쓸어 담는 고마진 방산 기술 기업으로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