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초기 활용처는…고개 드는 '무역결제'

성시호 기자
2026.04.02 17:43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병덕·박상혁·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스테이블코인 기반 무역금융 정책·제도·금융 전략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무역결제 실행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성시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이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둘러싼 진통에 지연되는 가운데 제도 도입효과를 무역결제 분야에서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2일 민병덕·박상혁·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한국·인도네시아간 무역대금 결제구조를 기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재편할 경우 거래건당 최대 2.943%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성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단기 자금조달 때 연 8% 금리를 적용받는 중소기업의 5만달러 규모 거래를 상정한 추산치다. 2024년 양국간 교역량의 5%에만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연간 약 2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강 교수는 "무역 탄력성은 계산하지 않았다"며 "그간 비용 때문에 무산된 무역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계기로 발생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로드맵으로는 △소수기업이 단일 상대국·자산으로 참여하는 '폐쇄형 실증' △현지통화 연동 토큰을 활용하고 은행 협업을 확대하는 '직거래 구조 고도화' △상대국을 아세안 인접국으로 확대하고 표준화한 API(전자창구)를 재사용하는 '다중 확장' 등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거래비용 절감책으로 수년간 주목받았지만, 현행 법령체계에선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된 걸림돌로는 미비한 법인 가상자산 거래규정과 은행결제를 전제한 외국환거래법이 지목된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대표변호사는 "명시적으로 국내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취득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지만,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유사수신 논란 등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이 합법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트래블룰(정보제공의무)을 준수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 실태와 관련해선 "외국기업이 이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유통하고 있다"며 "시장이 잠식될 위험이 있어 제도 미비는 국익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고 했다.

유서경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결제 소요시간이 단축되고 자금회전이 고속화하면 기업의 거래방식이 유연해질 수 있고, 중개기관 의존도가 낮아지며 무역 거래구조가 변할 수 있다"며 "신흥시장과 소규모 기업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한 이유는 제도가 앞섰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 거래·결제 속에서 반복 사용되는 활용사례를 먼저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경쟁하며 사례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도걸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마지막 쟁점을 두고 절충 중"이라며 "입법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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