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 20분전 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한 대규모 선물 매도 물량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선물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한나절 만에 1.6배 시세차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12시 24분부터 1분간 브렌트유 선물 7990계약이 매도됐다고 집계했다. 당시 WTI유 가격은 93포인트였다.
선물 매수와 매도는 미래에 특정가격으로 사거나 팔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선물 매수는 상승을 기대해 사는 롱 포지션, 선물 매도는 하락을 기대해 팔아 이익을 노리는 숏 포지션으로 구분된다.
브렌트유가 1포인트 움직일 때 선물 1계좌당 가치는 1000달러가 움직인 것으로 본다. 이는 WTI유도 동일하다. 매도 계약이 체결된 7990계좌의 가치는 7억4300만달러(7990계좌×93포인트×1000달러). 이날 장 마감 기준 환율로 환산하면 1조976억원에 이른다.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체결된 지 20분 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용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국제 유가는 해당일에 장충 최대 11% 급락했다. 5월 만기 기준 WTI유는 선물 매도 시점에 93포인트에서 8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올라 해당일 82.59포인트로 장 마감했다.
선물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11시간 만에 1.6배에 이르는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간 동안 10포인트가 변동했고 장마감 전 선물을 매수해 숏에서 롱 포지션을 바꿨다면 수익이 확정된다. 이후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매수하지 않았다면 장세에 따라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날 시장에서는 12월분 WTI 가격을 72.99포인트로 예상한다.
브렌트유가 10포인트 움직일 때 선물 매도한 7990계약의 총 가치는 7990만달러(7990계좌×10포인트×1000달러)다. 환율로 환산하면 1180억원. 선물 거래를 위해 필요한 최소 예치금(포지션 구축비용)은 증거금 6000달러를 기준으로 4794만달러(7990계좌×6000달러)에 이른다. 원화로 708억원인데, 최소 예치금과 비교하면 472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계좌마다 투기 전략으로 포지션을 운용했다면 수익은 이보다 더 컸을 수 있다"며 "레버리지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는데 8000만달러정도 수익이 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쟁 관련 중대 발표 직전에 유사한 거래가 반복되면서 시장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미·이란의 2주간 휴전 발표 직전에는 1조4000억원 규모 선행 매도가 있었다.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 연기 발표 15분 전에도 7400억원 규모 매도 계약이 체결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선물 매매와 관련해 내부정보 유출 논란이 일면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불공정 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나선 상태다. CFTC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ICE 선물거래소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