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충전기업 채비의 IPO(기업공개) 공모가가 희망 밴드(범위) 하단에서 확정되면서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투자 수익률(확정 공모가 기준)이 사실상 정기예금금리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수준에 그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출자 당시 목표치(연 복리 8%)를 밑돈 것이다. 채비는 "시장친화적 공모구조를 위해 밴드하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는 입장을 냈다. 채비는 국내 전기차 보급 정책과 2분기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늠할 척도로 거론되는 기업이다.

20일 채비의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채비 2대 주주·지분율 26.49%)는 채비에 대해 2021년 7월(주당 1만381원)와 2023년 5월(주당 1만1761원)에 걸쳐 1100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 7월 투자분에 확정 공모가(1만2300원)를 대입하면 연환산 복리 수익률 3.6% 선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통합공시 기준 고려저축은행(제2금융권)의 정기예금금리(최고 우대금리 약 3.6%)와 같은 수준이다. 1금융권인 광주은행도 3.1%까지 금리를 보장하고 있다. 2023년 6월 주당 1만1761원에 607억원을 투자한 KB메자닌캐피탈제4호(채비 3대 주주·지분율 13.72%)은 연환산으로 1.5% 수준이다. KB메자닌캐피탈제4호는 KB자산운용이 모집한 사모펀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메자닌캐피탈제4호는 채비에 출자하던 당시 각각 내부수익률(IRR)을 8%로 정하고 적격상장 기준가를 1만5035원, 1만4697원으로 설정했다. 채비가 지난달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희망 공모가(1만2300~1만5300원) 대비 상단 부근이다.
채비는 증권신고서를 최초 제출 이후 세차례 정정하면서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등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 상태다. 다만 할인율을 낮추는 등 다른 변수도 조정하면서 공모가는 유지했다.
스틱과 KB메자닌캐피탈 측은 출자 계약조건상 채비에 적격상장(투자단가에 연복리 8%를 적용한 가격 이상으로 상장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일부터 연복리 15%를 적용한 가격으로 최대주주 개인이 주식을 되사들이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의무를 부과했었다. 다만 채비 측은 주요 FI로부터 적격상장 가격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수요예측 기간 전에 공시했다.
![[서울=뉴시스] 국내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 기업 채비(CHAEVI)가 전기차 100만 시대를 기념해 구독 서비스 V멤버스 이용료를 98% 인하한 '100원 구독' 프로모션을 4월 한 달간 전격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V멤버스 가입 고객은 충전량과 관계없이 급속 충전 요금을 23% 할인 받을 수 있으며 매월 3000 크레딧과 채비스테이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사진=채비 제공) 2026.04.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016323038921_3.jpg)
FI들은 단기 자금 회수보다는 상장 이후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고 풋옵션을 포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으론 풋옵션을 통한 단기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풋옵션이 유지될 경우 최대주주 정민교 대표(지분율 38.24%)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금 압박을 받는 조항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기존 풋옵션이 유지됐다면 정 대표에게 귀속되는 풋옵션 이행 의무는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자금 회수 등 상장 이후 계획 관련 질의에 "6개월간 록업(보호예수)이 돼 있고 그 이후 블록딜 형태로 적당한 시점에 매각할 계획"이라며 "장내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장내에서 매물을 대량 출회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KB자산운용 측은 "단기적 실적보다는 회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시장 내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라며 "채비는 업계 내 1위 포지션을 바탕으로 안정적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장 여력 또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채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희망 밴드 하단으로 확정했다. 공모 주식수도 기존 1000만주에서 900만주로 10% 줄인 상태다. 시장이 채비 측이 제시한 성장 시나리오에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청약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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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는 전기차 신차 판매 통계와 정부의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 등을 종합해 '낙관적' '중립적' '보수적' 시나리오라는 세 가지 성장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공모가는 중립적 시나리오에 기반해 산출했다. 중립적 시나리오는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를 정부 목표 대비 90% 달성하는 등 평균 충전단가 인상률이 6.6%인 상황 등을 가정해 도출됐다. 머니투데이가 채비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적정 공모가는 주당 약 9000원으로 후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차 보급대수가 중립적 대비 10% 포인트 감소하는 등 악화한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채비는 머니투데이가 제시한 보수적 시나리오 공모가에 대해 "실제 모집 주식 수 등이 변동되면서 다소 복잡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구조 자체는 계산한 것과 유사하다"라고 했다. 다만 "실제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1.5배, 올해는 2.5배로 증가하고 있어 실제로는 낙관적 시나리오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