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수준으로 회복한 엔화, 원화도 뒤따를까...국민연금 행보 '주목'

김지훈 기자
2026.05.11 16:35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국민연금이 환율 대응을 위해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등 올 들어 운용 방식을 조정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장세를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50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킨 배경으로 국민연금 환헤지 등이 거론된다. 시장 일각에선 국민의 노후 재원이 환율 대응에 활용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국민연금이 시장 안정과 수익 극대화 사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종가는 지난 8일 1461.80원으로 지난해 연말 종가(1440.62원) 대비 1.47%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11일 종가)이 전장 대비 0.7원 오른 1472.4원으로 마감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연말 종가(156.67엔)와 8일 종가가 동일(변동률 0.0%)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달러 환율은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 여부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1월 자산배분을 조정하고 4월에는 환헤지 비율을 높인 데 이어 자금 조달 방안으로 외화채권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외화채권을 발행해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하면 국내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아 환율 상승 요인을 줄일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이 환율 대응에 주력하는 근거로 지목하는 행보들이다.

기금위는 1월 26일 2026년 제1차 회의에서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당초 38.9%에서 37.2%로 1.7%포인트 낮추고 국내주식 비중은 14.4%에서 14.9%로 0.5%포인트 올렸다. 자산군 비중이 목표에서 벗어났을 때 허용 범위 내로 되돌리는 리밸런싱(자산배분 조정)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결정의 배경은 외화 수요 관리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을 사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달러 매수 압력이 발생한다.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낮춰 외화 매수 수요를 줄이고, 국내 증시 상승으로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넘어선 국내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해 다시 해외자산으로 옮기는 흐름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기금위는 같은 회의에서 회의록을 2030년까지 비공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0508/그래픽=김다나

기금위는 4월 14일 2026년 제3차 회의에서는 기존 10%였던 전략적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 비율을 15%로 5%포인트 끌어올렸다. 환헤지 비율이 높아지면 앞으로 받을 달러를 현재 가격에 미리 파는 거래(선물환 매도)가 늘어나 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이 확대돼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시장에서는 환헤지 비율을 5%포인트 올리면 약 30조~40조원 규모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봤다. 기금운용본부 재량으로 ±5%포인트까지 조정 가능한 전술적 환헤지를 더하면 외화 자산의 최대 20%까지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3월 들어 미국-이란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3월31일 종가 기준 1506.77원까지 올랐다. 1월26일 종가 1445.86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동안 60.91원(4.21%)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154.17엔에서 158.72엔으로 4.55엔(2.95%) 올랐다. 원화 약세 폭이 엔화보다 컸다. 다만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으로 되돌아왔다.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완화 관측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 방침이 달러 매도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은 국민연금의 이달 기금위 회의에서 중기자산배분안과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개선 논의가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1월 결정은 올해 자산배분 조정과 리밸런싱 유예에 그쳤지만 5월 논의는 향후 5년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속도와 국내주식 비중, 외화조달 부담을 좌우할 수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움직일수록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기금 수익성과 환위험 관리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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