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제조사권은 법을 개정하면 가능하나 관련 부처 논의 과정에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에 강제조사권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격론이 예상된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11일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금감원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현재는 임의조사만 가능해 혐의자가 (금감원에) 와서 문답에 응해주면 그나마 조사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문답 이후 핸드폰을 없애버리는 등 증거가 멸실돼 나중에 정식 기소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조사권이 병행되면 조사능력이 더 올라가 좀 더 효율적으로 조사·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추구하는 주가조작 세력 일망타진·패가망신에 좀 더 근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금감원의 강제조사권은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필요성을 언급하며 화두에 올랐다.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에는 금융위원회·검찰과 달리 현장조사나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 권한이 없고 자금추적·자료분석·문답 등 임의조사만 가능하다. 임의조사만으로는 신속한 조사가 필요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강제조사권은 금감원의 숙원 과제였다. 금감원 조사 단계에서 이미 증거가 인멸되거나 혐의자가 도주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한다.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으나 이재명 정부가 불공정거래 근절을 지시하면서 조사능력을 갖춘 금감원이 주목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금감원에 필요한 권한 중 하나로 강제조사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감원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은 강제조사에 해당하는 영치권(자료 압류)과 현장조사권을 금융위원회 소속 조사공무원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단순히 법개정에 그칠 사안은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기관인 금감원에 강제조사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위는 금감원에 막강한 수사 권한을 주면 공권력 남용 우려가 크다고 반대해왔다. 부처 간 이견 조율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적인 업무를 공무원만 할 수 있는 것인지, 금감원처럼 특수목적 민간기구에도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이 주요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특수목적 민간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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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 금감원이 강제조사 권한을 행사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아주 새로운 권한을 주는 건 아니라는 측면도 있다. 2002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강제조사권한이 부여됐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내에 강제조사를 전담하는 조사기획과가 신설됐다. 조사기획과는 모두 금감원 직원이었고 이들은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사공무원을 겸임했다. 영치권과 현장조사권 역시 금감원장에게 포괄 위탁했다.
그러다 2004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이듬해 조사공무원 겸임이 해제됐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영치권과 현장조사권도 금융위만 가능하도록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