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판매 업체 메지온의 전환사채(CB) 발행이 발행 규모를 줄이며 반쪽짜리 성공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메지온은 당초 800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론 365억원 어치만 발행했다. 앞서 이 회사는 신기술금융사 조합을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아 실패한 바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지온은 최근 365억원어치 CB를 발행(만기일 2031년 5월 12일)키로 결정했다. 이날은 자금 납입 마감일이다. CB로 조달한 돈은 올해 105억원, 내년 200억원, 이후 60억원을 임상시험 등 운용자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번 CB는 당초 8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기관투자자(LP)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발행 규모가 계획의 절반 이하 수준까지 줄었다.
신기사 조합을 설립하고 투자자를 모아 자본 조달하려 했던 계획이 무산되고도 일반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지닌 상품) 발행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이다.
그나마 CB 발행이 어렵사리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코스닥벤처펀드 덕분이다. 코벤펀드는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도입, 투자금의 일정 부분은 코스닥 상장사와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타이거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이 여러 코벤펀드의 집합투자업자로 참여해 CB를 인수했다.
주관사를 맡은 신한투자증권은 1% 수수료 수익으로 만족해야 한다. 만약 신기사 조합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약 2%대의 운용보수는 물론이고, 성과보수도 받을 수 있었다.
코벤펀드를 통해 메지온에 출자한 투자자들이 CB 주식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9만6301원으로 메지온의 전일 종가(8만500원) 대비 약 17% 높다. CB 발행을 결정한 지난달 말 이후 메지온 주가는 약 8%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저조정가액은 6만7411원으로 지금보다 약 16% 더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전환해 얻는 차익은 없다.
회사가 투자자에게 투자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은 총액의 20%로, 73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투자금의 80%를 메지온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청구는 1년 뒤인 내년 5월 12일부터 가능하다.
메지온은 오랜 개발로 재무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메지온의 결손금은 1781억원으로 전년대비 350억원 증가했다. 자본총계는 172억원으로 같은 기간 2.7배 감소했고, 부채는 808억원으로 2.9배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79억원으로 전년대비 7억원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68억원, 당기순손실은 349억원을 기록, 같은 기간 손실 폭이 각각 25억원, 54억원 커졌다.
주식발행시장(ECM) 업계 관계자는 "신기사 조합으로 투자를 받았다면 신한투자증권이 자체적으로 펀드운용사(GP)에 자금을 넣었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르면 추가적인 성과보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과거 LB를 한다고 했다가 지지부진한 결과를 내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적이 있어 회사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다 보니 더 깐깐한 잣대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메지온이 앞서 발행한 230억원어치 제4·5회 사모 CB의 전환가액은 3만9284원이다. 현재 주가 대비 전환가액이 낮기 때문에 CB가 주식으로 바뀐 뒤 시장에 매도될 수 있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오버행 이슈로 생길 수 있다. 제4·5회 사모CB의 전환 가능 기간은 내달 20일부터 2030년 5월 2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