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동맹 가속화…저무는 '가상자산거래소 생존투쟁기'

성시호 기자
2026.05.15 15:16

[하나금융지주-두나무 동맹]하나은행, 두나무 6.55% 지분 인수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지난해 10월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업비트 D 콘퍼런스(UDC) 2025'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제공=두나무

하나은행이 예고한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지분 인수는 국내 가상자산업계 화두인 전통 금융권과의 협업·결합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중개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사업 다각화·제도권 진입을 모색할 기회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하나금융지주 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달 15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인베)로부터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지분 6.55%)를 1조33억여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취득목적은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한 신금융 경쟁력 확보'로 명시했다. 거래를 마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4대 주주가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하나금융그룹과 두나무의 협력을 가시화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거론된다. 해를 넘겨 진통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지배구조에 대해 은행 과반지분을 의무화할지 여부였던 터다. 두나무는 국내 거래소 5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해관계를 함께할 주주로 시중은행을 포섭, 과반지분 의무화가 실제 단행되더라도 규제 불이익을 덜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본격화하면 두나무가 해외송금·글로벌 결제 등 유통·활용 단계에서도 이점을 누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나은행이 2015년 KEB외환은행을 합병해 외국환시장 강자로 통한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은 지난 2월 두나무의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기와(GIWA)체인'을 활용해 외화송금 서비스 기술검증(PoC)을 진행한 바 있다.

일각에선 두나무가 네이버(NAVER)그룹 편입을 위한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앞두고 잠재적 비용을 1조원 가량 덜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대주주를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 올 8월로 다가온 가운데, 하나은행은 중장기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두나무 지분을 매수했기에 곧바로 청구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간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재무부담은 주식교환이 무산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받았다. 카카오인베는 두나무가 당초 예고한 매수예정가격(43만9252원)과 같은 값으로 하나은행에 지분을 매도했지만,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실리를 챙겼다.

이번 거래는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 예고 직후 나온 대형 금융권의 가상자산거래소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난 2월13일 미래에셋그룹 소속 미래에셋컨설팅은 NXC(넥슨코리아 지주사)로부터 코빗 지분 92.06%를 1335억원에 매수키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업계에선 조만간 가상자산 인프라와 기존 금융투자업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한다.

경쟁 거래소의 합종연횡을 목격한 빗썸·코인원이 전통 금융권 접점을 확대하거나 손바뀜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코인원은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설이 잇따르는 추세다. 국내 거래소 사업자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는 2023년 세계 최대규모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가 인수를 마치고 임원진 변경절차를 밟고 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엔 국내 거래소들이 원화계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존속 위기를 겪었다"며 "은행권이 소극적 움직임을 탈피하고 가상자산 연계사업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