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국채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3조6000억원 넘는 규모로 주식을 매도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장기금리가 치솟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달러 표시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수익률(금리)이 높아진 상황에서 원화 표시 위험자산인 한국 주식은 환차손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며 한 달여 만에 1500원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국채시장이 안정되고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때까지 환율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의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의 연환산 금리는 이날(이하 한국시간 기준) 오전 장중 4.631%까지 오른 뒤 오후 3시30분 기준 4.619%를 나타냈다. 한국 10년물 국채도 4.305%까지 올랐다. 미국(4.634%)과 한국(4.305%) 10년물 국채금리가 각각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월1일 4.175%였다가 2월말 한때 3.962%까지 내렸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개전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4월 중순엔 4.2~4.3% 범위로 높아졌다. 이달 12일에는 4.4%대에 올라섰으며 전날 4.612%(인베스팅닷컴 집계 종가 기준)로 4.6%대를 처음 뚫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5원 내린 1500.3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5일 9.8원 급등하며 1500.8원으로 마감한 이후 2거래일째 1500원선을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미국 물가지표 충격에 따른 미 국채금리 급등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며 주요국 통화 모두 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입장에서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달러 표시 안전자산의 매력을 높인다. 아울러 고환율 현상은 원화 표시자산인 국내 주식을 보유할 때 환차손을 입을 위험을 키운다. 더욱이 한국 국채금리가 미국 국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한국 자본시장은 외국인에게 금리, 환율 측면에서 매력을 발산하기 어려운 구도인 셈이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는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며 환율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한 주(11~1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23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루 평균 3조3000억원씩 순매도한 셈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수요로 판단된다.
다만 최근 환율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경우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은 특정 주기에 따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모습인데 순매도 금액은 순환적으로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1500~1536원 사이에는 정부 개입 가능성도 있고 레벨 부담도 높은 구간이어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글로벌 국채금리의 향방에 따라 환율 움직임도 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계점으로 여기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 4.5%선이 뚫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긴축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정치 리스크 등으로 투매 양상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국채시장 안정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