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가 노조와 사측의 극적 타결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 갈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주요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국내 시장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KRX)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약 39조원을 순매도했다. 연초부터 따지면 2분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거의 100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파업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이날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24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팔자 분위기에 대해 증시 급등에 의한 리밸런싱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를 계기로 노사 갈등 자체가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변동성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한다.
노조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사 갈등이 외국인 수급과 국내 주식시장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그동안 코스피 상승 동력으로 평가받았던 기업 실적 모멘텀이 오히려 시장 전체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까지 우려가 확대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업 리스크가 반영돼 주가 눌림이 발생했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프리미엄이 SK하이닉스 대비 역대급으로 축소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씨티은행은 이달 초 파업 가능성이 불거졌을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10% 이상 조정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우수한 실적에 대한 성과급 보상 요구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반도체를 넘어 바이오, 자동차, IT, 조선 등 국내 주도주 상장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이 주주환원보다 성과급 비용으로 우선 반영되는 구조가 제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내용이 포함된 임금협상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으며,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 최소 30%를 성과로 배분하는 요구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 10% 보상 요구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 20%,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30%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른바 '영업이익 N%' 방식의 성과급 체계를 수용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리고 경영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코스피 큰손으로 여겨지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 1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참은 핵심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이 한국의 투자 신뢰도와 공급망 안정성,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허브 경쟁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상법개정과 중복상장 해소, 주주 보호 강화 조치 등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어 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과 이익 구조 배분 변화가 또 다른 할인 요인으로 떠오른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