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들어 이마트 보유주식 규모를 늘렸지만 지분 평가액은 추가 취득 직후부터 27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에 따라 시민사회에서 국민연금(이마트 2대주주)의 수탁자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국민연금은 사회적 논란이 수익성을 악화시키면 수탁자 책임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월5일 이마트 주식을 28만9818주 추가 취득해 보유주식수를 246만7855주(지분율 8.94%)로 늘렸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기존보다 1.0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28.85%)에 이어 이마트 2대 주주다. 2월5일 당시 이마트 주가(10만3600원)에 국민연금의 이마트 보유주식수를 대입하면 국민연금의 이마트 지분 평가액은 약 2557억원 규모였다. 그 뒤로 국민연금이 이마트 보유주식수를 유지했다면 5월26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2288억원으로 2월5일 종가 대비 269억원 감소한 셈이다. 이마트는 국민연금의 지분 추가 취득 다음주인 2월11일 12만7600원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종가 기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주가(5월26일 종가 9만2700원)는 연고점 대비 27.35% 떨어졌고, 지분 추가 취득시점을 기준으론 10.52% 내렸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직전 거래일인 지난 15일과 비교해도 9.56% 하락(국민연금 평가액 242억원 감소)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책상에 탁' 문구를 사용했다. 이벤트 문구상 두 개의 표현이 각각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모욕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을 향해 이마트와 관련한 수탁자 책임 활동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이마트가) 반복되는 내부 통제 실패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연금 손실을 가져왔다"라며 "2022년에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멸공'을 언급하면서 이마트, 스타벅스 등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었는데 또다시 문제가 반복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결국 피해는 시민들의 분노를 일선에서 마주해야 할 애꿎은 스타벅스 매장의 노동자들과 신세계 그룹과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리스크 관리 실패로 손실을 입은 국민의 노후 자금에 고스란히 돌아갔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상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대상 기업에 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비공개대화와 개선대책 요구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로부터 스타벅스 논란 관련 질의를 받고 "개별 기업에 대한 활동은 말하지 않는다"라면서 "사회적 논란이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이 있는 경우,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이 되면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에선 정 회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 이재명 대통령의 비판 등이 겹치며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이마트의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거론됐다. 이마트는 2021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 취득하면서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콜옵션을 부여했다.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되거나 이마트 측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미국 본사가 이마트 보유 SCK컴퍼니 지분 전부를 공정가치 평가액 대비 35%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하는 조항이다.
다만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사과 입장을 내고 스타벅스코리아도 전 임직원 역사 인식 교육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 그룹 측은 콜옵션 조항 발동보다는 사태 진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조선팰리스 호텔 3층 그레이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