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인공지능) 관련 업종으로 수급이 쏠리면서 조선·방산 등 기존 주도 업종의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업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여전히 견고한 만큼 순환매 형태로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9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전일 기준 최근 1개월 동안 'SOL 조선TOP3플러스' ETF에서 854억원이 순유출됐다. 'PLUS K방산'에서는 680억원 자금이 빠져나갔다. 'KODEX 방산TOP10'에서는 455억원, 'TIGER K방산&우주'에서는 421억원의 매도세가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자금 이탈이 나타난 배경으로 AI·반도체 쏠림을 꼽았다. 조선과 방산업의 펀더멘털 자체가 약화했다기보다는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판, 전력기기 등 AI 관련 업종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같은 기간 자금 유입 1위 상품은 반도체 주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하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다. 한 달 동안 3조3789억원 어치의 자금이 들어왔다.
수익률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기간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의 수익률(분배금 재투자 기준)은 23%를 기록한 데 비해, SOL 조선TOP3플러스는 -17%, PLUS K방산은 -22%로 나타났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10월부터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고 반도체 외에도 AI 투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들이 주가 상승과 함께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며 "특히 방산의 경우 중동 전쟁 발발 당시 관심이 급증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종전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다 보니 최근 한두 달은 관심이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이 아닌 만큼 순환매 형태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는 실적 기반 장세 속에서 반도체 중심의 랠리와 기존 주도 산업으로의 순환매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러한 흐름을 감안할 때 기존 대표 주도 산업인 조선업에도 다시 관심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조선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주가가 반등할 거라고 예상했다. 천 팀장은 "국내 조선업은 최근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견고한 수주잔고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 개선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업종에 대해서도 중장기 수요 확대로 실적 기대감은 유효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 안정화될 경우 사우디, 이라크 등 기존에 논의됐던 수주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며 "이번 전쟁으로 중동 국가들의 미사일 재고가 급감한 만큼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의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도입, 국산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인 '천궁Ⅱ' 도입국들의 수주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유럽 내 무기체계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