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지상파 방송사 편들기가 가관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700㎒(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통신용도로 활용할 때 더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미래부·방통위 공동 연구반의 최종 보고서가 사전 제출됐음에도, 지난 주 소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700㎒ 대역을 UHD(초고화질) 방송 용도로 배정하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가 UHD방송 용도로 700㎒ 대역을 할당하지 않을 경우, 국회 상임위에서 직권 처리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주파수 용도에 대한 정책결정은 엄연히 행정부 고유권한인데도 말이다.
국회의원들은 당시 회의과정을 낱낱이 촬영했던 지상파 방송사의 '카메라'만 의식할 뿐 ‘삼권 분립 원칙’이나 ‘중립 원칙’ 같은 건 안중에 없어 보였다.
주파수는 국가의 유한자원이다.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충분히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이라면 국민복지 등 공익성과 소비자 후생, 산업 파급력 등 경제성을 충분히 따져 좀 더 큰 가치가 있는 쪽으로 배정하는 게 타당하다. 1년2개월여 전 미래부와 방통위가 18명의 외부 전문가들로 전담반을 구성해 700㎒ 대역 활용 방안을 연구해왔던 이유다.
연구반이 내놓은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700㎒ 대역을 방송용으로 활용할 경우, 소비자 후생 효과가 60억~212억 원대에 그친다. 반면 통신용으로 쓸 경우, 전송속도가 1Mbps만 증가해도 국민 이득은 878억 원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간 매년 1670억 원에 달하는 경매대가 등 재정수입도 통신용 분배시만 발생된다고 연구반측은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 대역을 달라고 떼쓴다. 내세우는 명분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 가치다. 국민 누구나 무료로 고품질 UHD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지상파 UHD방송을 과연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영역으로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동시에 UHD TV 수상기가 있어야 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가구는 전체 시청 가구의 6.8%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에는 UHD방송이 시작된다 해도 값비싼 50인치 이상 UHD TV로 바꾸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구도 다수 포함돼있다. 더욱이 이미 UHD TV를 보유한 가구는 실시간 방송 뿐 아니라 영화 등 다양한 UHD 콘텐츠 시청을 위해 유료방송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결과적으로 현재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가구나 UHD TV를 이미 보유한 가구 모두,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장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로써 UHD방송을 시급히 원하고 기대할 것이라는 볼 근거는 낮다.
백번 양보해 지상파 방송사들이야 자신들의 이권이 달린 문제라 치자. 소비자 후생 등 국민권익과 직결되는 분석 결과에는 귀를 막은 채 방송 권력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정치권의 행태는 누가 봐도 후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