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도 결코 완벽하진 않았다. 이세돌 9단과 맞서 3차례 대국에서 압승을 거뒀던 구글 알파고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끝내 1승을 내주고 말았다.
이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 만에 값진 1승을 거뒀다. 지난 3번에 걸친 대국에서 형세를 뚫어보는 인간 수준의 직관력과 실수가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던 알파고가 처음으로 패전한 것.
IT 전문가들은 “이번 이 9단의 대역전승으로 알파고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대국 막바지 경우의 수가 줄어 알파고의 연산 능력이 빠르게 가동되는 여러가지 알고리즘이 이번 대국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알파고는 이날 대국에서 85, 87, 89, 97수 등에서 어이없는 수를 뒀다. 이 실수가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버피팅’(Overfitting, 과적합) 때문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오버피팅이란 데이터 패턴과 관계 등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특징을 과도하게 해석해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이 날 대국 현장에선 알파고의 착점 시간이 느려지자 “과부하가 걸린 게 아니냐”는 등 네트워크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흘러나오기도 했다.
관심은 알파고가 이번 대국에서 프로그램 알고리즘 자체의 오류(버그)인지, 아니면 이세돌 9단이 전략적으로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했느냐의 여부다. 알파고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이 9단이 백78 수에 알파고의 중앙 흑돌 사이에 백돌을 넣으며 중앙 흑 세력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부터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도 “이 9단의 묘수가 알파고가 회복할 수 없는 실수를 하게끔 압박을 가했고 복잡해진 형세를 알파고가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국 도중 알파고의 실수가 나오자 “알파고가 위기에 처했다. 87수에서 혼동한 것 같다”고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현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이 9단이 3차례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대국 패턴을 전부 파악했고, 대응력도 키웠다”며 “이 9단은 이미 승패가 결정돼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인 데다 3차례 대국을 거치면서 게임을 운영하는 방법도 터득, 자신에게 유리한 대국을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는 백보다 흑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오늘 대국에선 일종의 버그 형태의 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또 “인간과 마찬가지로 예측 못한 곳의 수를 뒀을 때 알파고는 대처능력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9단은 “만약 알파고에 대한 정보를 처음부터 알고 대국에 임했다면 이전 경기를 훨씬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대국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국 11수 초반 알파고가 2국과 비슷한 ‘흉내바둑’을 두자 “알파고가 이기는 전략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