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산업의 만능키? 시장파괴 제품을 만들라"

대담=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진달래
2016.04.11 03:00

[머투초대석] 홍기융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회장

홍기융 한국정보보호협회(KISIA) 회장/사진=임성균 기자

"시장 파괴적 아이템(상품)이 나와야 해요. 최근 3~5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모두가 느낀 것이 있죠. 과거와 달리 '어떤 것'이 등장해서 금방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잖아요. 우리도 시장에 충격을 던져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국내 1세대 보안기업시큐브를 17년 넘게 이끈 홍기융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53)이 보안산업에 대한 애정을 담은 분석을 내놓았다. 보안산업계의 '아이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이폰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IT(정보기술)산업의 틀을 바꾼 것처럼 기존 질서를 부수고 나올 보안 기술·서비스 아이디어가 절실하다는 것.

홍 회장은 우리 보안산업이 '트렌드'를 창출하는 능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회사들이 힘을 합치는 인수합병(M&A)만으로는 거대 글로벌 기업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 다음 세대로 시장 판도를 바꿔 나갈 보안 기술·서비스 아이디어가 없다면 주저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국내 보안인들이 '노하우(know-how)'가 아니라 '노왓(know-what)'을 고민해야 한다고 홍 회장은 강조했다. 무엇을 해야할지 보는 '식견'이 핵심이 됐다는 말이다. 그는 "물론 기존 기술도 꾸준히 발전시켜야겠지만, 차세대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활발해야 국내 보안산업이 속도감 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협회장직에 오른 홍 회장은 특히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취임 직후에도 세계 최대 보안 컨퍼런스 'RSA 2016'에 참석해 한국기업 전시관을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해외 진출 지원 체계를 검토하는 등 협회장으로서 일정을 시작했다.

홍기융 한국정보보호협회(KISIA) 회장/사진=임성균 기자

-협회는 회원사(국내 보안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할 계획인가요.

▶미국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등에 자리한 KIC(한국혁신센터)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공간 대여만 하던 예전방식보다 훨씬 낫죠. 투자자, 협력사 등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도 자주 마련해주고, 실제 사업 시 필요한 법률 조언까지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KIC실리콘밸리 지원을 받도록 협회가 회원사 몇 곳을 추천할 예정입니다. 부족한 마케팅·홍보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RSA처럼 다양한 국제 보안 행사에도 공동 참여할겁니다.

-올해 RSA에서 보신 세계 보안산업의 흐름은 어떤가요.

▶우선 이스라엘 기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참여기업도 많고 종류도 전보다 더 다양해졌더군요. 사물인터넷(IoT)은 올해도 화두였습니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클라우드에 모든 기술을 엮어 놓은 방식을 주로 선보였어요. 또 모니터링에서 포렌식, 종합분석 등 통합 보안을 지원하는 전시관들이 많았습니다.

-통합보안이 중요한 흐름인데 큰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죠.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글로벌 회사가 무기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도 각자 자신있는 기술, 잘하는 서비스 등을 내놓고 이를 묶어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통합 제품을 만들자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협회 연구개발(R&D) 에산을 지원해서 한두가지 통합 제품이라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통합하면 분명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서비스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활발한 인수합병(M&A)도 우리 보안산업에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국내 중소·중견기업간 M&A는 필요한 일입니다. 해외 전문기업과의 M&A도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M&A가 단순한 몸집불리기에 그쳐서는 안되겠죠. 시너지를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겁니다. 이런 강점이 부각된 M&A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제도, 자금, 출구전략, 재투자(재창업) 등 선순환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합니다.

-우리 창업 생태계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창업 후 3~5년이 지나면 맞딱드리는 '데스밸리'(죽음의계곡·기술개발에 성공한 창업기업이 자금력, 마케팅 능력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빠지는 상항은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창업하면 계속 유지돼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자가 꼭 사장이 되어서 경영을 해야하는 건 아니죠.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구현해서 일정 수준에 올려둔 후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다른 회사에 해당 제품을 팔 수도 있어야 합니다.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창업을 실현하는 과정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합니다.

-'보안솔루션 유지관리요율 현실화' 등을 담은 정보보호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이번 법 시행으로 국내에 정보보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지관리요율 현실화에 대한 조항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게 지난 7일에는 협회가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협의해서 '정보보호 민관 합동 모니터링단'을 구성했습니다. 꾸준히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이번 법률이 담은 △우수 정보보호기술과 기업을 지정해 산업 경쟁력 강화 △정보보호 투자 내용을 기업공시에 반영 등 조항으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보호에 투자하기를 기대합니다.

-보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빠질 수 없는 것이 '인재양성'인데요, KISIA가 운영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있나요.

▶갈수록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안업체의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취업연계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매년 80여명의 우수 인력을 양성했고, 지난해에는 90% 이상 취업을 했죠. 올해부터는 청년취업 아카데미와 창조전문인력 양성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협회장을 맡으면서 협회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기존에는 협회가 행사를 만들고 진행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립 기반이 약했어요. 예산 부분에서도 자립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이나 정보보호 준비도 관련 인증 사업을 협회가 직접하는 겁니다. 업계 안에는 다양한 이유로 미취업 상태인 유휴인력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주면서 협회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죠. 또는 회원사들의 각종 제품을 묶어 협회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도 검토해보려고 합니다.

-KISIA 회장으로서 앞으로 2년간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정보보호의 필요성과 우리 정보보호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보보호는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사회적 투자'라는 의식과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정보보호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육성되고, 우리나라 사이버보안을 지키는 정보보호산업계가 되고, 국제적 수준의 정보보호산업계로 발전해 가는데 협회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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