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단종사태 해법은 "삼성, 삼성을 넘어라”

류준영 기자, 김지민 기자
2016.10.13 17:23

갤노트7 단종 이후 전문가 진단…"속도 우선주의 경계하고, 품질 관리 강화해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교환과 환불이 시작된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SK텔레콤 매장에 회수된 제품이 놓여져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전국 대리점에서 갤럭시노트7 고객 대상으로 13일 부터 12월 31일까지 제품 교환과 환불을 지원한다/사진=이기범 기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 콤플렉스를 벗어나야 한다. 삼성을 버려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최대 걸작으로 꼽혔던 '갤노트7'은 출시 54일만에 단종되는 비운이 스마트폰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한 직접 손실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브랜드 신뢰도 실추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해법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일등주의 원칙에 집착한 스피드와 혁신과잉'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집착을 버려야 할 것"이라며 " 과거 소니, 노키아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1등이란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삼성식 '속도 경영'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제품 출시일을 먼저 박아놓고 개발에 착수한다. 만일, 새 기능이 부여되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이번 '갤노트7' 단종 사태와 같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나온 배경이라는 것.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는 "삼성은 출시일에 쫓겨 샘플링 테스트 정도로 품질 테스트를 마무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첨단 기기들의 복잡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품질 관리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과잉증'도 도려낼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와 중국ATL사에 갤노트7용 배터리를 주문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전작보다 두께나 크기가 작아졌기에 이 같은 요구는 애당초부터 무리수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혁신'만을 고집하는 삼성에겐 어렵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판매·마케팅 부서가 개발 부서를 주도하는 삼성 특유의 조직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바일 디자인 전문가 노주환 (밸류어블 디자인랩) 수석컨설턴트는 "삼성에는 아이폰보다 나은 디자인을 구상하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지만, 분기별 판매량과 실적 압박 때문에 방수·방진 등 곁가지 기능을 더 내세우고 포장하게 된다"며 이 같은 구조가 배터리 발화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 참에 하드웨어 파워에 전적으로 기댄 경쟁력 개선을 이루자는 주문도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은 "휴대폰 생애주기인 1~2년을 넘어설 수 있는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모바일 플랫폼이 더욱 인공지능화 되어가는 만큼 실생활에 보다 나은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배터리 발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제2의 갤노트7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주호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삼성이 해야 할 숙제는 정확한 조사 결과를 이용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타이레놀 위기 대처'로 업계 1위에 오른 존슨앤드존슨 사례처럼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에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존슨앤드존슨은 1982년과 1986년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적절한 대처로 3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김주호 교수는 "삼성이 이번 단종 사태를 잘 마무리한다면 존슨앤드존슨처럼 더 좋은 기업으로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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