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휴대폰 전자파 차단하세요"…과학 팔아먹는 공포마케팅

류준영 기자
2018.06.25 18:38

[유사과학 나쁜과학]국립전파연구원 "필름 등 차단제품 무용지물"…MSG도 '화학 합성품' 광고로 유해물질 누명

[편집자주] 혈액순환 개선,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음이온 상품’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었던 결과는 참혹했다. 알고보니 1급 발암물질 라돈을 내뿜는 ‘방사능 침대’였다는 실상은 우리 사회가 ‘유사과학’ 문제의 심각성에 얼마나 둔감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이란 탈을 쓰고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든 유사과학에 대해 알아본다.

‘평균 1.31v/m 전자파 감소.’

국내 한 기업이 스마트폰용 전자파 차단 필름의 효과를 광고한 문구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자파안전포럼’에서 김기회 국립전파연구원 연구관은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용 전자파 차단제품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폰이나 가전제품 전자파에 크게 신경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과대·과장광고 상품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적발해 시정조치하고 있지만 끝도 없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제품을 쓰면 전자파가 나와 우리 몸에 해롭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돈다. 이 때문에 전자파를 막아준다는 제품이 십수년 전부터 꾸준히 판매됐다. 전자파 차단 필름을 휴대폰 뒷면에 붙이고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이 전자파 흡수에 좋다며 모니터 옆에 두길 권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필름이 전자파를 모두 잡아준다면 외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휴대폰은 먹통이 돼야 한다. 모니터가 방출하는 전자파를 어른 손만 한 선인장이 모두 흡수하면 내부온도가 상승해 말라죽어야 정상이다.

전자파는 ‘공포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공포마케팅이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자극해 제품을 구매하거나 혹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건강에 위협을 주는 요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중에는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비과학적인 것이 많다.

MSG(글루탐산나트륨)조미료가 한창 우리 식탁에 오른 1993년 한 경쟁업체가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광고문구를 내건다. MSG가 뇌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 진행됐다. 197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는 MSG 하루 섭취량을 체중 1㎏당 120㎎ 이하로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 등 뒤이은 연구기관의 발표로 유해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MSG는 ‘식탁을 위협하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는다.

MSG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은 한국에서 MSG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기 전인 1980년대다. 하지만 10년 뒤 한 회사의 MSG 공포마케팅은 삽시간에 퍼졌다. 우리 사회가 유사과학을 이용한 공포마케팅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연구에선 MSG가 소금 섭취를 줄이고 헬레코박터파일로리균에 의한 위 손상도 막아준다는 것이 입증됐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거짓 과학으로 공포심, 혐오감을 자극해 물건 판매를 촉진하고 경쟁사 물건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공포마케팅은 그 파장이 너무 크다”며 “신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유사과학은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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