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와 승차공유 플랫폼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택시업계는 승차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이번에는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역시 불법 서비스라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서비스 자회사인 VCNC 대표도 검찰에 고발했다. 급기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신산업 업체를 괴롭히는 일은 그만하라”며 맞고소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혁신산업계 대표가 전통산업계에 날을 세우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어쩌면 스타트업계에 누적돼왔던 분노와 절망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혁신산업과 전통산업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정부에 대한 스타트업업계의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혁신산업과 전통산업이 대립할 때마다 정부는 “이해관계자간 타협이 우선”이라며 한 발 빼기 일쑤였다. ‘사회적 대타협기구’ 등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지만 중간에서 팔짱만 끼고 수수방관한 것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정부가 규제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과감한 도전을 기피하며 머뭇거리는 동안 어느덧 우리나라는 ‘공유경제의 갈라파고스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업체 ‘그랩(Grab)’과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올 수 없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 교수는 “16.5㎡(5평)짜리 라면분식집을 하는 할머니도 현재 280개 정도의 규제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규제는 2013년 1만5269개로 고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규제가 이만큼 산적하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규제샌드박스’는 꽤 호소력 있는 정책브랜드로 내세우지만 첫 결과물에 업계의 실망이 크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기업들에 불합리한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제도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가 현재까지 7건 정도 승인하는 데 그쳤다.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장은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4차 산업혁명이란 큰 물결 속에 작은 물꼬를 여는 정도로 해서 뭐가 제대로 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규제는 사실 국가번영과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소비자 후생 중심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기존 기득층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승차공유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고 기사들이 친절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원 30만명을 넘기고 서비스 개시 넉 달 만에 호출건수가 200배 증가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없어지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전 세계가 촌각을 다퉈 규제개혁 엔진을 가동할 때 얼치기 규제혁신 실험으로 삐걱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