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구글이 '막튜버' 공범되지 않으려면

조성훈 기자
2021.01.01 05: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 당시 유튜버들의 난동은 전국민적 충격을 줬다. 조두순 호송차에 올라타거나 욕설과 괴성은 물론 웃통을 벗고 차력쇼에 댄스경연까지 벌이는 이들을 정상인의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들의 기행만큼 놀라웠던 것은 이들의 실체다. 극우단체 회원이나 정치 유튜버, 시덥지 않은 세상사 관련 잡담, 심지어 음담패설까지 늘어놓았던 인터넷방송 BJ(방송진행자)들이어서다. 조두순 성범죄에 대한 응징과 이들간 연관성을 도무지 찾기 어렵다.

최근 일부 유튜버들의 방종과 일탈은 점입가경이다. 올들어서만 지하철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행세하거나 방역복을 입고 나타나 시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한 일, 배달음식을 빼먹고 마치 배달사고인 양 거짓 영상을 올려 업체에 피해를 준 일, 심지어 자기 반려견을 거리낌없이 학대하는 것까지 유튜브의 소재가 됐다.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유튜버의 갑질과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간청했다. 일부 정치 유튜브 채널에서 저급한 음모론과 망자에 대한 조롱은 ‘정치 포르노’로 치부된다.

이들의 선넘는 행동은 국민적 피로감을 높이고 소상공인들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일으킨다. 이런 막장과 일탈은 물론 조회수를 높여 광고수익을 따내려는 목적이다. 대한민국 극우 유튜버들이 전세계 슈퍼챗(실시간 후원금) 상위권에 포진한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유튜브는 기존 매스 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 미디어로서 긍정적 측면이 많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열었고 시공간을 넘어 콘텐츠를 무한확장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탁월하다. 자신의 소소한 관심사와 취미활동을 영상으로 올린 게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며 돈이 될 줄 누구도 몰랐다. 극심한 취업난 속, 희망고문만 당해왔던 젊은이들에게 유튜버는 별다른 밑천없이도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 됐다. 타고난 식성을 앞세운 먹방이나 식당리뷰, 맛집탐방 같은 진입장벽(?)이 낮은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런데 너도나도 유튜브에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5만명 남짓이던 국내 전업 유튜버는 최근 10만명으로 불었다. 대중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데 반해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유튜버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소재고갈과 조회 수 압박에 시달린다. 전문성이나 재능, 창의력을 갖추지 못한 유튜버들이 늘면서 점점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로의 유혹에 빠진다. 각종 저격과 어그로가 난무하는 이유다. 조두순 난동도 알고 보면 그래서 벌어졌다. 조국교수 논란이나 부정선거 등 정치이슈의 주목도가 떨어지자 먹잇감을 찾아 대이동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유튜버들의 일탈이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유발하는 만큼 서서히 도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수천, 수만의 신규 유튜버들이 계속 진입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도무지 그 구조를 알기 어려운 알고리즘은 보기싫은 콘텐츠도 보게 만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유튜브에서는 자연스럽다.

막연하게 유튜버 스스로의 자정을 기대하긴 어려운 지경이다. 현행법은 폭증하는 일탈을 규제할 만큼 촘촘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결국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스스로 해법을 내놔야한다. 유튜버들의 활동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당사자가 구글인 만큼 유튜버들의 일탈행위를 걸러내고 피해자를 구제할 1차 책임도 구글에 있는 것이다. 사실 유튜브가 수익을 위해 이같은 일탈을 방조해온 것 아닌 지도 의심스럽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저작권 침해시 신고영상을 일시 차단하는 것처럼 문제 영상에 대한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하고 유튜브 내 모니터링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튜브 자정을 위한 별도 기구를 조직하거나 포털사들처럼 인터넷 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스스로 통제장치를 마련해 정화하는 것만이 유튜브가 질적으로 성장하며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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