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야심차게 개발해온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 출시가 1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중국쪽 파트너인 텐센트가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해서다. 일각에선 던파 모바일 출시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도 흘러 나온다. 던파 모바일 사례는 국내 게임 업계가 직면한 '차이나 리스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넥슨은 지난해 8월 12일 던파 모바일의 중국 출시 당일, 돌연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텐센트는 당시 미성년자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결제 한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같은 설명에 의구심을 품었다. 시스템 보완이 1년씩이나 걸릴 일은 아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 정도 시스템 개선 작업은 두어달이면 충분하다"며 "텐센트가 다른 이유 때문에 독단적으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를 본보기로 삼아 업계 전반에 각성 효과를 노려왔다. 2017년 선보인 '왕자영요'는 청소년 과몰입을 방지하는 '이용시간 제한 조치'를 받았고, 2018년 일본게임 '몬스터헌터 월드'도 규제 정책 미준수를 이유로 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텐센트가 최근 중국 정부가 미성년자 게임중독 방지 강화를 시사하자 스스로 출시 지연을 택했다는 것이다.
던파 모바일 출시에 사활을 걸었던 넥슨은 당혹스런 상황이다. 원작인 PC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이미 중국에서 연매출 1조원씩 거두는 메가 히트작이다. 이를 고객저변이 더 넓은 모바일 게임으로 재개발한 데다 사전예약자만 6000만명에 달할 정도여서 PC게임의 2~3배 매출이 가능한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졌다.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한 넥슨은 매출을 5조원 이상으로 불려 경쟁 게임사와 초격차를 이루려했다. 그런데 이같은 목표가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 제한으로 자국 기업은 물론 한국 기업까지 옥죄고 있다. 2018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여파다. 올해 컴투스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와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이 겨우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다. 4년전 판호를 받은 던파 모바일 출시 조차 가로막혀 판호 발급도 무의미해져서다.
국내 게임사들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중국 관영 매체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규정하고, 검찰이 모바일메신저 위챗에 대해 청소년 권익침해를 이유로 공익 소송을 제기키로 하는 등 추가 규제를 예고해서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텐센트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이 막히면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라며 "텐센트를 길들이면 한국 게임사들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으니 그 점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