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BM이 발표한 '2022년 인공지능(AI) 도입 지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기업 AI 도입률은 34%로 전년 대비 13% 늘었지만, 한국 기업은 22%로 세계 평균보다 낮다. 정부는 AI를 비롯해 소프트웨어(SW)·빅데이터·메타버스·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 100만명을 5년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산·학·연 협력과 구체적인 글로벌 전략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AI 기술 연구에 있어 한국은 선두권이다. 특히 카이스트(KAIST)는 AI 국제 학회인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와 '인공신경망학회'(NeurlPS)에서 2020년 논문 수 기준 아시아 1위, 전 세계 6위에 오르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올 초 고려대 AI 연구팀은 짧은 뇌 신호만으로 의식 깊이를 정량화하는 '의식측정 지표'(ECI)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인재 고용이나 관련 역량 확산 수준, 민간 투자 등 전반적인 환경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간중심 AI 연구소(Stanford University HAI)가 매년 발표하는 주요 국가별 AI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민간 AI 분야 투자액은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935억달러(111조 6000억원)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528억8000만달러·약 64조원) △중국 (172억1000만달러·약 20조8000억원) △영국 (46억5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 △이스라엘(24억1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 △독일(19억8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 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보다 적은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10위에 머물렀다.
학술 연구 분야에 강한 만큼 관련 논문이나 특허 등의 글로벌 순위는 높았지만 인력 문제는 여전했다. 2016년 대비 해당 국가의 AI 인재 고용 증가율을 나타내는 'AI 고용 지수'를 보면, 한국은 2020년엔 22개국 중 4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지만 지난해 기준 20위까지 내려앉았다. 실제 지난해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AI 사업 추진 기업 283곳 중 53%는 AI 활용 어려움의 이유로 '인력 문제'를 꼽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학·연 간 적극적인 협력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학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이 비즈니스 경쟁력까지 갖추려면 과감한 협력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세훈 카카오브레인 라지스케일 AI 연구그룹장은 지난 18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 AI 대학원 심포지엄'에서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대규모 AI 언어 모델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들이 굉장히 많은 자본력을 투입해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우리도 산·학 간, 기업 간 협력이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기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은 "시스템적으로 클러스터를 이뤄 일하는 구조에 한국이 강점이 있는지 따져봤으면 좋겠다"며 "교수나 학생들이 클러스터를 이뤄 연구하다가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그 클러스터가 힘을 가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클러스터를 구성해 비슷한 분야에서 끈끈하게 일할 수 있다면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광고 솔루션 스타트업 '몰로코' 등 만국 공통의 비즈니스 모델(BM)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는 형태의 성장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 등 한국의 주변 국가에서부터 출발하는 것도 성장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국내 시장에 초점을 두지 않고 주변 국가를 타깃하는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강조되는 건 선택과 집중이다.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는 "(AI 기술을) 넓게 보기보다 그중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세분화해서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며 "설명가능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비전 분야 중에서도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성과를 많이 내고 연구자들이 몰려있는 곳을 선택해 집중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인재 확보를 위해선 연구 문화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유수 인재가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을 만큼의 매력도 높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현재 국내의 AI 연구 문화는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의 기여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처음 시도하고 새로운 방향을 끌어내는 것을 지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