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김미경, 4050과 AI 공부 뛰어들다
" AI는 사람을 본떠 만든 거예요. AI가 엉뚱한 대답을 한다고 생각하면 금방 제대로 대답하게 고쳐 놓더라고요. 말만 하면 다 될 정도로 기술 발전이 극치에 와있어요. 이런 상황인데 안 불안한 직업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기에 AI로 대체되는 내가 아니라 AI를 친구로 만드는 내가 돼야합니다"
스타강사로 유명한 김미경 MKYU 대표는 50대 중반부터 디지털 전환(DX) 공부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주 수입원인 오프라인 강의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 강의가 싹 없어지면서 내 오프라인 강연을 다 온라인으로 바꾸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판매하고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야 했어요. 기획·개발·마케팅·운영까지 2020년, 처음으로 디지털에서 해봤어요."
김 대표는 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 등 디지털 세상에 대해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강연뿐만 아니라 기획·마케팅까지 모든 사업을 디지털 전환(DX)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때 얻은 지식을 동년배들에게 열심히 전달했다. 4050세대도 뒤처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인즈랩(마음AI)과 만나 'AI 휴먼 김미경'을 제작하며 AI(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눈떴다.
그러던 중 챗GPT가 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챗GPT에대해 김 대표는 "내 평생 이렇게 빠른 변화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중장년층에게 생성형 AI는 '머나먼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챗GPT와 생성형 AI에 대해 따로 강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그는 올해 초부터 4050 세대를 위한 생성형 AI(인공지능) 강의를 시작했다. 최근 초거대 AI를 주제로 'ABF(Awake Business Forum)'라는 프리미엄 오프라인 비즈니스 포럼도 열었다. 김 대표를 만나 중장년층을 위한 AI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이 '서치(검색)'라면 AI 리터러시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지금까지 블로그·인스타 마케팅부터 메타버스, NFT, 웹3까지 4050의 디지털 리터러시 강의를 많이 해왔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강의는 어떻게 다른가?
▶AI는 아직 눈에 띄게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플랫폼이 없다. 챗GPT만으로는 네이버 블로그 마케팅,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유튜버, 틱톡커처럼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다. 온라인에서만 파는 물건이 있는 것처럼 AI를 알아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AI가 플랫폼 기술에 활용됐거나, 일부 얼리어덥터들이 여러 플랫폼에 접목해 활용하는 상태다.
그래서 기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기기나 UX/UI(사용자환경)를 다루는 법을 중심으로 강연했다면, AI는 이 기술과 존재를 '이해'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 수강생들의 학습 동기가 떨어지지 않나?
▶그렇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도움이 안되면 움직이지 않는다. 4050 세대는 특히 그렇다. 아직 그 점에서 AI 교육이 쉽지 않다. 우리 학생들은 호기심, 그리고 세상에 뒤처지기 싫다는 두려움이 강해 괜찮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곧 내가 가진 재능을 생성형 AI 플랫폼에 팔거나 AI로 만든 제품을 팔거나 할 플랫폼이 나올 것이다. 음성 기반 생성형 AI 플랫폼에 내 목소리를 팔거나, 이미지 기반 생성형 AI 플랫폼에 내 그림을 학습시킬 수 있도록 판매하거나 할 수 있는 곳이 생길 것이다. AI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신생국으로 성장하던 미국에 이민을 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것처럼 이제 'AI 드림'이 찾아올 것이다. 시장이 아직 여물지 않고 여러 가지로 덜 짜였을 때 뛰어들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AI는 발전 중이다. 지금 공부를 시작해야 가장 적게 공부하고 AI 생태계에 합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리터러시는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은 '서치(검색)'를 잘하는 것이었다. 널려 있는 자료를 잘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어디서 무엇을 누르고 선택해야 할 지를 가르쳤다. AI 리터러시는 '커뮤니케이션(소통)'을 얼마나 잘하냐에 달려있다. 명확한 의도를 갖고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묻고 듣고 또 대답하는 소통 능력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사람을 본뜬 AI는 사용할 도구가 아닌 협업할 '친구'로 이해해야 한다. 나의 또 다른 브레인, 내 친구와 대화하면서 그 친구가 아는 것을 끌어내는 것과 같다.
-프롬프트를 강조하는 업계 목소리와 같은 맥락 같다. 4050에게도 프롬프트 교육이 중요한가?
▶AI로부터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얻어내는 질문법, 프롬프트법이 물론 있다. 단어 하나하나 치밀하게 물어봐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4050에게 AI에 질문하는 법을 프롬프트라는 '스킬'로 설정하는 순간 어려워한다.
이보다 내 의도와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는 상상을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내가 무엇을 묻는지, AI로부터 무엇을 끌어내려고 하는지 계속 상상하면서 여기에 도달할 때까지 수십 개의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AI를 의도에 맞게 쓸 수 있다는 경험을 시켜줘야 한다. 기성세대는 AI가 똑똑하고 내게 도움을 준다는 확신만 얻으면 계속 신뢰하고 같이 일하려 한다.
◇10대도 60대도 AI 공부는 1학년…'왜' 공부해야 하는지 보여줘야
- 요즘 2030세대도 생성형 AI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하는 것 같다. 4050은 더욱 힘들 것 같은데 이들에게 '왜' AI를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득하나.
▶나와 연관 있는 상상을 하게 한다. 내가 생성형 AI를 접하고 가장 감동받았던 때는 작곡을 했을 때다. 작곡과를 나왔지만, 그동안 강의하느라 바빠 정작 내 꿈은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최근 챗GPT와 함께 노래 가사를 쓰고, 이 가사에 어울리는 코드 뽑아보고, 박자와 기본음을 넣으며 곡을 하나 만들 수 있었다. 혼자 하면 영감을 얻는 것부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려 엄두도 못 냈던 작곡을 챗GPT가 도와줬다. AI 덕에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찾았다.
AI가 있으면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 특히 4050은 은퇴 뒤 나처럼 못 이뤘던 꿈을 이룰 수 있다. 기초부터 배우면 수십 년이 걸려 못 이뤘던 화가·작곡가 등 창작자가 되는 꿈, 5명 넘는 직원이 필요해 만들어 보지 못했던 건축 도면 그리기 도 다 할 수 있게 된다.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등 생성형 AI 버티컬 서비스를 하나하나 소개·실습하는 강의를 계획 중이다. 수강생들이 이를 하나하나 체험해보고 자기에게 맞는 분야가 무엇이었는지 고를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퇴 뒤에 충분히 새로운 취미, 직업을 하나 가질 수 있다.
-중장년 세대에게 더더욱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데 정부의 정책지원도 있어야할 것같다.
▶우리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은 상위 1%로 AI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수강생 중에 이미 미드저니로 동화책을 낸 분도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안 오시는 분들이다. 신문에서 AI, 챗GPT라는 단어를 본 것 이상 아는 것이 없는 분도 많다. 이런 분들의 제일 큰 문제는 아무 버튼도 안 누른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서비스가 있어서 눌러 보고 실습하라고 해도 누르면 컴퓨터나 휴대폰이 폭파되는 줄 안다. 옆에 앉아 같이 눌러줄 사람이 필요하다.
디지털 배움터 강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학생 모집이다. 아무리 공짜에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라 해도 안 듣는다. 정부가 할 일은 이들을 아주 가까운 곳에 산책하듯 편하게 나오게 만드는 거다. 가르칠 건 없다. 옆에서 같이 해보기만 해도 된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보여줘라. 그러다 관심을 갖는 분들은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실 것이다. 당분간은 정부가 이렇게 가까이서 같이 버튼을 눌러줄 AI 선생님을 잔뜩 양성해야 한다.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무서운 AI 디바이드 온다
은행이나 매장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대다 돌아서는 고령층들은 '디지털 소외'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을 멀리하면 1970~80년대생마저 비슷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료 수집부터 구성·작성까지 몇 시간이 걸린 반면 생성형 AI에 익숙한 이는 코파일럿에 주제를 입력해 불과 몇분만에 초안을 다듬고 간단한 보고서를 완성한다.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무서운 'AI 디바이드'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4월 발표한 설문에서 20대는 48%, 30대는 36%, 40대는 25.6%, 50대는 21.4%가 '챗GPT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050세대 중 챗GPT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16.8%에 불과하다. 이는 2030세대(37.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생성형 AI 시대의 도래가 과거 인터넷 발명에 견줄만큼 중대한 사건이라 표현한 빌 게이츠의 말처럼, 도서관과 백과사전에서 자료를 찾다 인터넷 검색으로 전환하는 시대를 경험한 중장년층은 생성형 AI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력하다고 본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생성형 AI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이라 답한 세대는 50대가 89.2%로 가장 많았고, 40대(82.8%), 30대(80.8%), 20대(72.2%) 순이었다.
결과적으로 4050세대는 생성형AI의 위력을 실감하면서도 오히려 일상에서 직접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정부가 최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시대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정보검증능력 등 AI 리터러시 교육 과정 개발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 교육 개념에서 전 국민의 AI 리터러시 함양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성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포용정책팀 과장은 "하반기부터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분들과 실제 강의를 진행해본 후 설문을 받아 전반적인 AI 리터러시 교육 관련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 시대에 요구되는 어떻게 하면 잘 질문할 수 있는지, AI 답변의 신빙성을 어떻게 습득할 수 있는지 등 과정을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AI 리터러시 교육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디지털 배움터에서 새로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영어가 많은 챗GPT나 바드를 가르쳐서는 AI에 대한 중장년층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힘들 수도 있다"며 "카카오톡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는 애스크업(Askup)처럼 접근성이 높은 서비스를 소개하고 첫 경험을 쉽게 열어주는 방식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