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클라우드와 AI(인공지능) 인프라산업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전쟁의 영향이 유가상승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데이터 흐름과 AI 서버 운영까지 흔들 수 있다. 전력비 상승, 해저케이블 장애, AI칩 공급차질이라는 3가지 위험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란전쟁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 곳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제유가와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요동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전력생산에서 LNG발전 비중은 28.1%다. 전력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진 이유다. 국내 SMP(전력도매가격)는 LNG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형성된다. 국제유가·가스 가격급등은 시차를 두고 데이터센터 전력비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AI 서버용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는 일반서버 대비 전력을 5~10배 더 쓴다. 전력단가가 높아지면 데이터센터 임대료가 비싸진다. CSP(클라우드사업자)는 인프라 비용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PaaS(서비스형 플랫폼) 이용료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이 장기화하면 발전원가가 오르고 이는 전략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비스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서버, GPU 등 물리적 장비가격 변동이나 수급 등 글로벌 공급망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저케이블의 통과경로다. 홍해와 지중해 일대는 글로벌 트래픽이 집중되는 구간이다. 물리적 충돌이나 사보타주(의도적 훼손) 발생시 트래픽은 태평양 등 우회경로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지연시간(Latency)이 급증한다. 실시간 AI 추론, 글로벌 금융결제, 게임·스트리밍 서비스가 즉각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국제 데이터 트래픽을 대부분 해저케이블에 의존한다. 국내 서버 자체는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해외구간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서비스 체감품질은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AI 인프라의 핵심은 GPU다. GPU는 대규모 병렬연산에 특화한 반도체로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의 필수장비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항공·해상운임과 보험료가 급등한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물류망 전반을 압박할 경우 GPU 공급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GPU 확보일정이 밀리면 AI데이터센터 증설계획도 연쇄지연된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주권 논의를 다시 끌어올린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CSP 의존구조가 위기시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존 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Azure),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CSP들이 한국 내 리전(데이터센터 묶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을 운영 중이지만 해외 리전에 의존한 백업체계는 분쟁 상황에서 접근이 제약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데이터센터 기반 '소버린 클라우드' 구축과 국산 AI반도체의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더이상 단순 IT 서비스가 아닌 전력·통신처럼 국가 기반시설에 가깝다"며 "에너지·네트워크·반도체를 동시에 고려한 국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