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가 폐·심장질환을 넘어 치매와 같은 난치성 뇌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한국뇌연구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국가독성과학연구소는 초미세먼지가 뇌혈관 내피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하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실렸다.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인 아주 작은 먼지 입자다. 이때 먼지는 단순한 '흙먼지'가 아니다. 황산염, 질산염처럼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에서 나온 가스 상태의 물질이 공기가 만나 입자 형태로 변해 먼지 표면에 달라붙는다. 또 마모된 타이어나 연소하는 엔진에서 배출된 각종 금속 성분도 공기 중을 떠돌다 먼지가 된다.
각종 해로운 물질이 응축된 초미세먼지는 그간 각종 폐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사람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가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뇌혈관에서 시작해 뇌 전체 기능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유기탄소와 탄화수소 함량이 높은 '한국형 미세먼지'를 실험실에서 재현했다.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독성학적 특성을 그대로 보유한 먼지다. 이어 실험 쥐를 미세먼지 환경에 노출한 후, 뇌혈관과 뇌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했다. 쥐들은 15일 이상 하루 6시간씩 깨끗한 공기나 초미세먼지가 포함된 공기를 번갈아 들이마셨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는 뇌혈관 내피세포로 침입해 '아릴 탄화수소 수용체'(AHR) 를 활성화했다. 아릴 탄화수소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약해진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 능력이 낮아지자 혈관 조절 기능도 덩달아 약해졌다. 결과적으로 뇌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어들었다.
혈관이 손상되면서 혈관 주변 세포에도 문제가 생겼다. 성상교세포 등 주변 세포 간 상호작용이 어려워져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물질 교환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교란됐다. 이어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인 '해마'의 세포도 손상을 입었다. 해마는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위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가 뇌 속 혈관 기능을 먼저 흔들면, 그 영향이 뇌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환경오염이 폐 질환을 넘어 장기적으로 뇌 건강과 신경 질환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공동교신저자 이규홍 독성연 박사는 "우리나라 대기 미세먼지의 독성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재현해, 일상에서 노출되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실제와 가깝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교신저자 김도근 뇌연구원 박사는 "초미세먼지가 뇌 환경 유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앞으로도 국민 뇌 건강 보호를 위한 연구를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논문 doi.org/10.1016/j.jhazmat.2026.14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