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오감지입니다"…사람 지시에 설비까지 움직인 카이스트 공장 AI

이찬종 기자
2026.03.23 15:48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23일 카이스트 '피지컬 AI 실증 랩' 현장을 점검 중이다./영상=이찬종 기자

공장 안 로봇과 설비를 통합 관리하는 AI가 현장 작업자의 지시에 따라 오류를 진단하고, 설비 이동과 모드 전환까지 수행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카이스트는 23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실증 랩에 구축된 테스트 플랫폼 '카이로스'에서 외산 제조 시뮬레이션 솔루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피지컬 AI 기반 공장 운영 플랫폼을 실증했다.

"시스템은 6번 셔틀 안에 캐리어가 있다고 하는데 맨눈으로는 비어 보입니다. 무슨 상황인가요?". 23일 카이스트 실증랩에 구축된 테스트 플랫폼 '카이로스(KAIROS)'에서 관리자가 묻자 에이전트 AI는 곧바로 원인을 짚었다. "적재 센서 오감지 상황입니다. 현재 적재 작업은 불가합니다. 적재 센서를 점검한 뒤 필요하면 재부팅해 주세요". 이어 관리자가 6번 셔틀을 유지·보수 구역으로 이동시키고, 도착 후 매뉴얼 모드로 전환하라고 지시하자 시스템은 이를 자동으로 수행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23일 카이스트 AI 실증랩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이찬종 기자

카이로스는 다수의 로봇이 투입되는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통합 소프트웨어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현장 작업자와 협업하며 설비를 실제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공장 밖에서도 AI를 통해 로봇과 설비에 작업을 지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지난해 제조 현장에서 외산 솔루션 도입에 드는 수억원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북대와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사전검증 사업'을 시작했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로봇 자동화용 시뮬레이션 시장은 독일 지멘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연간 라이선스 비용만 2억원에 육박해 투자와 전문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카이스트는 'AI 기반 안전관리' 기능도 함께 시연했다. 멀티모달 AI가 CCTV 영상을 통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를 식별하고 경고한 뒤, 당황한 작업자가 위험 구역으로 이동하자 게이트를 긴급 정지시키는 방식이다.

확산 대상은 우선 중소기업에 맞췄다. 카이스트는 현재 로봇의 기본 동선을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상당 부분 구축한 상태다.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모두의 AI 공장장'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카이스트의 피지컬 AI 테스트 플랫폼 '카이로스'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장영재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영상=이찬종 기자

중소기업은 로봇 설계 전문가 1명을 확보한 뒤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활용하면 로봇 도입과 운영 검토가 가능하다는 게 카이스트 설명이다.

장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동화에 필요한 로봇 수량이나 생산량 증가 효과 같은 기본 계산과 검증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무료 프로그램이 이런 부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밀 튜닝 등 추가 작업도 확산 계획에 맞춰 공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핵심 전략으로는 센서·행동·운영 등 3종 데이터 확보를 제시했다. 제조 AI는 LLM과 달리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맥락과 구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카이스트는 센서 데이터 업체, 액추에이터 업체, 운영 시스템 업체, 합성데이터 전문기업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일종의 '데이터 생산 공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장 교수는 "이 같은 협력 체계를 통해 시간당 국내 자동차 제조사 OEM의 70% 수준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데이터를 무작정 많이 모으기보다 체계와 구조를 갖춘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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