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몸집만 커진 '과학의 달', 실속은 어디에

박건희 기자
2026.04.02 04:00

4월은 '과학의 달'이다. 1967년 과학기술처 발족을 기념해 4월21일을 '과학의 날'로 제정한 후 매년 각종 과학문화 행사가 열리는 달이 됐다.

올해는 행사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올해는 수도권, 부산, 전주로 확대됐다. 모든 국민이 지역과 상관없이 과학을 즐기게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궂은일'은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떠맡게 됐다. 출연연 실무진은 새해가 시작된 1월부터 예산과 인력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권역별로 각각 전시부스를 운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출연연의 경우 2~3명의 홍보인력으로 4월 한 달에만 3차례 전시를 진행해야 한다. 비용도 출연연 자체예산으로 지출한다. 형식상 '자율참여'인 탓이다. 많으면 수억 원의 예산을 축제에 투입하는 모양새다.

축제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이) 성과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며 "부스 짓는 비용은 정부가 지원했다"고 했다. 축제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자체예산을 확보했느냐고 묻자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 협의했다"는 답만 돌아왔다.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부처가 요청하는데 거절할 도리가 있느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출연연이 고혈을 짜내는 와중에 기업들의 참여는 올해도 저조한 상황이다. 과학의 달을 통해 민간기업의 R&D(연구·개발) 성과까지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공개된 기획안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부산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식품업계 몇 곳뿐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업과 협의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수도권 축제가 서울 시내가 아닌 경기 일산에서 열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비용과 시기상 서울에서 적합한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과학축제가 짧은 기간 내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거창한 이벤트는 없다.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소소한 스토리텔링이 오히려 관람객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더 커진 몸집 속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돌아볼 때다

박건희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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