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드디어 노벨과학상?"…메타렌즈로 '입체 시대' 열었다

박건희 기자
2026.04.23 00:00

메타물질 세계적 석학 노준석 포스텍 교수팀
삼성전자 연구팀과 공동으로 '2D-3D 전환 기술' 개발
메타물질, 올해 노벨 심포지엄 주제 선정
노벨상 유력 후보 떠올라

노준석 포스텍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팀과 함께 '메타렌즈'를 활용해 하나의 렌즈로 디스플레이 위에서 2D와 3D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림=AI로 생성한 일러스트

"올해 노벨 심포지엄의 주제는 메타물질입니다. 메타물질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학계가 보는 겁니다."

노준석 포스텍(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 성과 브리핑에서 이처럼 말했다. 노벨 심포지엄은 전 세계 최고 석학이 모여 그해 가장 파급력이 큰 연구 주제를 논하는 비공개 학술회의다. 노벨재단이 직접 주관하는 만큼 단순한 학술회의가 아니다. 향후 노벨과학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메타물질의 최정상 석학인 노 교수는 올해 직접 스웨덴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노 교수 연구팀은 최근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팀과 함께 '메타렌즈'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위에서 2D와 3D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23일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노 교수는 앞서 성균관대 연구팀과 함께 메타렌즈 대량 생산 공정 기술을 네이처지에 발표한 바 있다. 두 논문은 30일 예정인 네이처 '발간호'에 동시에 실릴 예정으로, 국내 연구자가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발간호에 교신저자로 서로 다른 두 연구를 동시에 게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설계한 신물질이다. 메타물질의 성질은 특히 빛과 관련 있다. 자연계 물질이 빛을 받으면 반사하거나 굴절시키는 것과 달리, 메타물질은 빛이 물체에 부딪히지 않고 휘어 돌아가게 유도한다. 혹은 빛을 완전히 흡수해버리거나 기존 방향과 다른 쪽으로 산란시킬 수 있다.

메타렌즈는 이처럼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메타물질의 특성을 이용한 광학 소자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나노미터(nm) 크기의 인공 나노 구조체를 기판 위에 아주 얇게 배열해 렌즈의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가로세로 5㎝ 크기의 메타렌즈. 렌즈 두께는 1.2mm 정도로 휴대폰 화면이나 모니터에 디바이스를 올려놓으면 2D-3D 전환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사진=노준석 교수 연구팀

연구팀은 메타렌즈를 활용해 2D를 3D로 전환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최초로 선보였다. 납작한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입체감이 살아있는 3차원 물체를 시각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가로·세로 각 5㎝로 현존하는 메타렌즈 중 최대 크기인 메타렌즈를 제조해,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패널층에 삽입했다. 노 교수는 "디스플레이 위에 얇은 3D 전환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즈 삽입 후 디스플레이 두께는 약 1.5㎜ 정도로, 삽입 전과 두께 차이가 거의 없다.

메타렌즈는 전압 공급에 따라 빛의 굴절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전압이 없을 때는 오목렌즈로 작동해 고해상도 2D 화면을 왜곡 없이 보여준다. 전압이 공급되면 볼록렌즈로 작동하며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특히 기존 2D~3D 전환 기술의 한계로 꼽혔던 시야각을 약 6배 넓히며 '초광시야각'을 달성했다. 15도 내외의 좁은 시야각으로는 화면 정면에 앉은 한 명만 3D 영상을 체험할 수 있지만, 100도 이상 시야각을 확보하면 여러 사람이 다양한 위치에서 동시에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

15도 시야각과 100도 시야각의 차이를 나타낸 그림 /사진=노준석 교수 연구팀

노 교수는 "지금까지는 3D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안경을 쓰거나 복잡한 장치를 설치해야 했지만, 메타렌즈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TV나 휴대폰 화면에서 즉시 3D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이 좋더라도 너무 비싸면 의미가 없는데, 그간 대량생산 공정 개발을 통해 단가를 (개당) 5000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이 활용한 ArF(불화아르곤) 리소그래피 장비는 전 세계 2대뿐인 고가 장비로, 이 중 1대를 과기정통부 산하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이 보유했다. 노 교수는 "삼성전자가 제공해준 장치와 과기정통부의 인프라 덕분에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다"며 "스마트폰부터 산업용 광고판까지 폭넓은 응용 가능성을 지닌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 확보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노준석 포스텍 교수 /사진=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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