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사라지면 시의원은 누가 취재하지?"

이찬종 기자
2026.05.07 04:30

[MT리포트 - 벼랑 끝 케이블TV] ④'지역 채널 의무' 케이블TV 없다면…지역 소외 현상 우려

[편집자주] 케이블TV 산업의 위기가 단순 침체를 넘어 존폐 기로에 섰다. OTT로 미디어 소비 행태가 급변한 탓도 있지만 시장 자율성을 제약하는 낡은 규제 여파도 크다. 시장 변화와 제도간 '미스매치'를 살펴본다.
MT리포트 배너-벼랑 끝 케이블TV/그래픽=윤선정
케이블TV 업계 지역채널 투자·영업이익 추이/그래픽=이지혜

#2022년 동해안 산맥에 화마가 번지자 LG헬로비전은 현장 기자를 투입해 나흘간 15회, 약 12시간의 생방송 특보를 진행했다. 2023년 태풍 '카눈'이 상륙한 때에도 재난방송 체제에 돌입해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10차례 특보를 진행했다. 이에 동네 주민이 몰리면서 각각 3%와 5%의 최고 시청률이 기록됐다.

지역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케이블TV가 위기를 맞으면서 지역 소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블TV는 IPTV(인터넷TV)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달리 초고속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시청이 가능한 매체다. 이에 디지털 기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고 인터넷 가입 없이 방송 서비스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어 고령층·저소득층의 의존도가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보편적 시청권'과도 맞닿아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케이블TV 3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케이블TV는 재난방송, 선거 보도 등 지역민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줬다"면서 "케이블TV가 자유롭게 경쟁·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와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는 방송법 제70조에 따라 '지역 채널'을 운영할 의무가 있다. 지역 채널은 지역 생활 정보, 시청자 자체 제작 프로그램, 지역자치단체 시책 홍보 프로그램 등이 송출되는 채널이다. 광역단체장에 집중하는 지상파와 달리 기초단체장, 시·군의원의 방송 연설·대담·토론회 등 공직선거 관련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산불·홍수 등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대피 요령, 현황 등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효용이 크다.

LG헬로비전이 2022년 동해안 산불 당시 진행한 재난 방송./사진제공=LG헬로비전

예컨대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LG헬로비전은 후보 200여명의 공약, 출마의 변 등이 담긴 셀프 소개를 송출했고 유권자 220명을 인터뷰해 희망 공약을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서경방송은 여야 지역정치인의 미니 토론 등으로 개표방송을 구성해 최고시청률 7.91%를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는 각 지역권 보도국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단계별 재난·재해 방송을 진행한다.

지역 채널 의무는 지역 기반 사업으로 수익을 거두는 만큼 지역 사회에 환원하라는 취지로 생겼다. 문제는 IPTV와 OTT에 설 자리를 내주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는 데도 지원 없이 의무만 남았다는 점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지역·중소 방송 대상 지원 예산으로 202억원을 투입한다.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 제작, 취재 지원 등에 쓰이는 돈이다. 지난해(79억원)보다 2.6배 많은 금액으로 지역 지상파, 종교방송 등이 대상이고 케이블TV 사업자는 제외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담당 부처가 과기정통부에서 방미통위로 이전됐으나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근거 규정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영업이익보다 지역 채널 운영비가 큰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24년 케이블TV 업계는 지역 채널 운영에 1258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케이블TV 업계 전체 영업이익은 11.8% 수준인 148억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IPTV나 OTT로 이동하는데 드는 전환비용이 효용보다 클 수 있다"며 "지역 채널 운영은 케이블TV 사업자에게 특화된 면이 있는 만큼 투자 의무 완화 등 규제 완화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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