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원하는 만큼만 쓰세요." 중국이 압도적인 내수 시장과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AI '덤핑 공세'에 나섰다. 반면 한국 AI는 미국 빅테크와 중국 AI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분야별 '특화 AI'로 난관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AI 기업 딥시크는 자사 플래그십 모델 'V4-프로'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구독료를 100만 토큰당 입력 0.0036달러(약 5.4원)·출력 0.87달러(약 1307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달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던 '75% 할인 프로모션' 가격인데 프로모션을 영구화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5.5'(100만 토큰당 입력 5달러·출력 30달러)보다 확연히 저렴하다.
중국 통신사는 필요한 만큼 결제할 수 있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토큰요금제'를 출시했다. 요금별로 제공되는 토큰량의 범위에서 딥시크, 큐웬 등 자국 AI를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차이나모바일 상하이 법인은 1위안(약 221원)에 40만토큰씩 원하는 만큼 결제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차이나텔레콤은 월 9.9위안(약 2192원)에 1000만토큰을, 차이나유니콤은 월 15위안(약 3321원)에 600만토큰을 제공한다.
'쓸만한' 성능의 가성비 AI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번역, 자료 정리 등 일상 업무는 자국 AI로도 가능하니 빅테크에 비해 압도적인 가성비를 내세워 이용자를 포섭하려는 것이다. 가성비 AI는 막대한 토큰 소모가 불가피한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유리하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 면에서 불리한 한국 기업이 선택하기 어려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빅테크는 최첨단 성능으로 전세계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중국은 내수와 정부 지원으로 규모를 부풀리는데 한국은 둘 다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양국이 고품질 이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펼치다보니 쉽게 참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산 AI는 현재 업스테이지와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API 공급 사업을 운영한다.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 3'는 100만 토큰당 입력 0.15달러(약 225원)·출력 0.60달러(약 900원)이고 네이버클라우드 'HCX-007'은 각각 125원·500원이다. 딥시크 V4-프로에 비해 작은 모델임에도 유사하거나 비싼 가격이다. LG 엑사원은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빅테크 평균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2C 서비스 수익화도 미비하다. 2024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유료화 계획을 선언했으나 이용자 이탈 우려와 해킹 사태 후 반발 가능성 등으로 계획을 백지화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은 네이버 '클로바노트'나 SKT '에이닷 노트' 등 녹음 전사 서비스는 매월 600분 수준의 무료 시간을 제공한다"며 "이 시간을 다 쓰면 경쟁사 앱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보니 유료 모델을 출시해도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AI 업계는 국산 AI로 협상력을 확보하고 금융, 국방, 첨단 기술 등 기밀을 다루는 분야에서 '특화 AI'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가격은 갈수록 비싸질텐데 국산 AI가 있어야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며 "보안이 중요한 분야는 국산 AI를 쓰고 그 외 분야는 글로벌 AI를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