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쏟는 AI 데이터센터…계산서에 빠진 '망 비용'

김평화 기자
2026.07.27 15:24

트위치 "10배 비싸다" 철수…빅테크 해저케이블 주요 거점서 한국 빠져
"전력·부지 넘어 간선망·망 비용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국 AI 데이터센터의 기대와 현실/그래픽=최헌정

정부가 민간기업과 함께 2035년까지 국내 AI 데이터센터를 총 18.4GW 규모로 늘리고 1000조원 이상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업계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서버 두기 부담스러운 나라'로 꼽힌다. 콘텐츠와 AI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네트워크 비용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미국 기업들은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9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협력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약 5GW·GPU 약 200만장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도권에 이용자와 전문인력이 밀집해 있고 통신 인프라도 탄탄한 편이다. 문제는 서버를 설치한 뒤다. 국내 통신망으로 대규모 트래픽을 내보내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일본이나 홍콩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으로 정한 단일 '망사용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회선료와 접속료 등 여러 항목이 계약과 트래픽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글로벌 콘텐츠기업은 한국의 정산 구조가 부담을 키운다고 주장하고, 통신업계는 주변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망 투자비를 대형 콘텐츠기업도 분담해야 한다고 맞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트래픽 비중은 31.17%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4.88%, 네이버 4.86%, 메타 4.39%를 크게 웃돈다. 통신업계는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별도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트위치는 2023년 12월 한국의 네트워크 비용이 대부분의 다른 국가보다 10배 높다고 주장한 뒤 2024년 2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넷플릭스도 2022년 한국 이용자용 콘텐츠의 연결 지점과 캐시서버가 도쿄와 홍콩에 있다고 밝혔다. 비용이 높으면 콘텐츠 저장·전송 거점이 국내에 세워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3월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외국 콘텐츠기업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려는 한국 국회의 법안들을 서비스 분야 장벽으로 지목했다. 미국 기업이 낸 비용이 콘텐츠사업을 겸하는 국내 통신사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

빅테크의 해저케이블 투자에서도 한국은 주요 연결 거점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글은 2024년 미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프로아·타이헤이 등 해저케이블 구축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메타가 지난해 공개한 '워터워스'도 미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지방 데이터센터 건립에는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간선망(백홀망)도 변수로 작용한다. 값싼 부지와 전력을 찾아 지방에 지어도 수도권과 해외망 연결 지점까지 데이터를 운반할 고용량 회선이 부족하거나 비싸면 입지의 장점이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과 글로벌 기업이 그 안에 서버를 넣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전력과 부지뿐 아니라 해저케이블, 백홀망, 국내외 기업이 수긍할 망 비용 구조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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