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GPT만 고집할 필요 있나…중국산 가성비 AI가 바꾼 계산법

김평화 기자
2026.08.15 06:00

<8>문샷AI '키미 K3' 출력 가격, GPT-5.6 솔 절반…오픈라우터 상위 5개 전부 중국 모델
오픈AI는 출시 3주 만에 최대 80% 인하, 메타는 오픈웨이트 복귀…보안 우려는 여전

[편집자주] 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래픽=LLM으로 만든 이미지

기업들의 AI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똑똑한 AI 하나를 모든 업무에 쓰는 대신, 어려운 일에는 고성능 모델을 쓰고 단순한 일에는 값싼 모델을 쓰는 식이다. 성능은 끌어올리면서 가격은 낮춘 중국 오픈웨이트 AI가 이런 변화를 앞당긴다.

15일 AI 업계에 따르면 중국 문샷AI가 지난달 공개한 '키미(Kimi) K3'를 비롯해 Z.ai, 알리바바, 딥시크 등의 오픈웨이트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픈웨이트는 AI가 학습한 결과가 담긴 '가중치'를 공개한 모델이다. 챗GPT처럼 개발사 서버에 접속해 빌려 쓰는 방식과 달리 기업이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직접 돌릴 수 있다.

실제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는 지난달 사용량 상위 5개 모델이 사상 처음 모두 중국 모델로 채워졌다. 로이터는 기업들이 가장 비싸고 성능이 좋은 AI만 찾기보다, 필요한 업무를 충분히 처리하면서 비용까지 낮출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키미 K3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전체 매개변수는 2조8000억개로 역대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 모델이지만, 질문 하나를 처리할 때 모든 매개변수를 쓰지는 않는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약 1040억개를 작동시키는 'MoE(전문가 혼합)' 방식을 적용했다. 거대한 AI 전체를 매번 가동하는 대신, 질문에 맞는 전문가 몇 명만 불러 일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통해 성능을 유지하면서 연산 비용을 낮췄다.

문샷AI 자체 평가에서는 오픈AI GPT-5.6 솔(Sol), 앤트로픽 클로드 Fable 5 같은 최고급 폐쇄형 모델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여러 분야에서 견줄 만한 성능을 기록했다. 반면 가격 차이는 크다. 키미 K3는 100만 토큰당 입력 3달러, 출력 15달러다. 출력 기준 GPT-5.6 솔(30달러)의 절반, Fable 5(50달러)의 30% 수준이다.

모든 일을 최고급 AI에 맡길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 중요한 분석이나 어려운 코딩에는 성능이 좋은 모델을 쓰고, 고객 문의 분류나 문서 요약처럼 반복되는 업무에는 저렴한 모델을 붙이는 식이다. 자동차 한 대로 모든 일을 해결하기보다 용도에 따라 승용차와 화물차를 골라 쓰는 것과 비슷하다.

오픈AI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난달 GPT-5.6을 최고급 솔, 중간급 테라(Terra), 저가형 루나(Luna) 세 등급으로 나눠 출시했다. 이후 불과 3주 만에 테라 가격은 20%, 루나는 80% 내렸다. 최고 성능 경쟁뿐 아니라 저렴한 AI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과 가격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픈웨이트가 기업에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통제권'이다. 모델을 자체 서버에 설치하면 기업 기밀이나 고객 정보처럼 외부로 보내기 부담스러운 데이터를 회사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 필요한 업무에 맞게 모델을 추가 학습시키거나 기능을 수정하기도 쉽다.

다만 중국 AI가 싸고 성능이 좋다고 기업들이 곧바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기밀과 고객 정보를 다루는 만큼 모델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 개발사가 모델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중국 AI 모델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한 주정부와 정부기관도 있다.

SK텔레콤이 한국어 특화 모델 'A.X 4.0'을 알리바바 큐원 기반으로 개발하는 등 중국 오픈웨이트 활용은 국내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는 챗GPT·클로드 같은 미국 AI와 중국 오픈웨이트, 국산 AI가 한 시장에서 가격과 성능, 보안과 기술지원까지 함께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묻는 질문도 '어느 AI가 가장 똑똑한가'에서 '이 일을 가장 싸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AI가 무엇인가'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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