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헬스케어 글로벌 시장 선점위해 해외의료진출 법안 서둘러야"

권순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2015.10.27 05:02

지난해 8월 서울대병원은 미국과 유럽 유수 병원들을 꺾고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왕실소유 대규모 암, 심장질환 전문병원 장기운영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6만7000여명의 외국인 환자가 국내에서 진료를 받았고 그에 따른 진료수입은 56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초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의료IT 전문기업 이지케어텍이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소속 병원에 6000만 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병원정보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융합 기업이 한국병원과 함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병원정보시스템으로 그동안 미국 사업자들이 독식해 온 중동 의료 IT시장에 수출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사례가 말해 주듯이 한국 의료뿐 아니라 한국 의료 IT에 대한 해외국가들의 신뢰와 기대가 상당하다. 2012년 기준 8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선진국 인구 고령화 추세로 앞으로 2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이 성장세에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국내 의료기관들이 제대로 진출하려면 먼저 관련 법령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내적으로는 글로벌 의료사업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며, 대외적으로는 싱가포르, 태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특히, 주변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의료시스템이 실제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 의료법은 공공의료를 전제로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어서 영리적 성격의 해외 의료사업(해외환자 유치 포함)을 의료법에서 규율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국회도 의료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대해 주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2개의 법안(2014년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2015년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현재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표류 중에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법안은 공통적으로 의료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 지원, 전문인력 양성, 전담기관(지원기관) 지정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방향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나아가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이 컴퓨터와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해외에 있는 의료인 간 협진 또는 외국인환자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환자 유치의 영리목적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별도로 마련된다면 한국 국민의 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의료법과는 구별돼 앞으로 국내의료기관의 해외의료사업 수행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의료정보 처리, 해외파견인력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포괄하지 못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의료진출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측면과 이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준비된 법안이 조속히 제정·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해외진출로 어렵사리 맞이한 해외 의료시장에서의 모멘텀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현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한다면 우수한 국내 병원들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 경쟁국에게 기회를 내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리 의료사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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